[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옛날에 ‘소리등불’이라는 말이 있다. 전기도 없었던 시골 칠흑의 밤에 아이들이 바깥에 있는 화장실에 가기위해 곁에서 작대기를 잡고 또각또각 땅을 두들기며 화장실로 인도하던 것이 소리등불이다. 현재 복잡다단한 이 혼란스러운 어둠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게 만드는 것이 어쩌면 스마트폰이란 도구가 아닐까 싶다.

자기 삶의 내비게이션 같은 소도구에서 원하는 대로 음악이 용암처럼 분출되는 것이다. 현대인에게는 밥을 먹는다는 것보다 어쩌면 음악을 먹는다는 표현이 더 실감날지도 모르는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현대 소비사회 특성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작업을 한 앤디 워홀의 팝아트처럼 시대상을 확연히 잡아낸 작가가 최인혁이다. 그래서 베니스비엔날레의 손짓이 있었을까?

전시장을 가득 메우는 것은 그림일까 아니면 음악적 기호들인가? 발칙한 상상력 패러디로 분출되는 소리를 보게 된다. 작가가 추구하는 소재는 가장 현실성이 강하고 우리 생활 속에서 인체와 한 몸이 돼버린 스마트폰에서 연유되는 음악이란 존재다. 그 이성적인 하드웨어에서 쏟아져 나오는 소프트웨어적인 감성의 결합, 인간도 하나의 소리를 파생시키는 소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듯하다.

2018년 1월 갤러리 두(대표, 정두경) 기획 ‘영 아티스트전’ 그룹전에 이어 이번에도 희망차고 걸쭉한 작가를 초대했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음악’이라는 전시 타이틀로 갤러리 두에서 최인혁 초대전을 열었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동시대 예술인들이 추구할 예술의 이상향, 곧 이성과 감성,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창작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표지 작품이자 메인 작품이 록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를 그린 ‘Bohemian Rhapsody Again 2019' 인 것도 그와 연관이 있다.

퀸의 음악이 국경과 세대를 초월하여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프레디 머큐리의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보컬과 다른 밴드 멤버들의 거칠고도 정교한 하드록 연주의 사운드가 조화를 이뤄 시너지를 발휘하는, 곧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표지그림에서 보듯 소리를 품어내는 역동적인 인체와 뒤쪽엔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의 입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생명을 꽃 피우는 그 세계를 연결하는 형식은 뛰어난 편이다. 그 무대 위에서 토해내는 삶과 죽음, 이성과 감성, 서정성과 하드록의 조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가 파동으로 연결된 관객들의 출렁임에서 충분히 조화된다.

작가는 스마트폰이라는 현대인의 필수적 하드웨어에 음악을 실어 말랑말랑한 감성을 입힘으로써, 기존의 미술품 감상에 대한 난해하고 모호한 선입견을 없애고자 했다.

특히 영 아티스트 최인혁 작가는 ECC(유러피언컬츄럴센터)와 GAA Foundation에 의해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작가전 초대작가로 선정됐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50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모이고 제프 쿤스, 줄리안 오피, 오노 요코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전시로 2년마다 개최된다. 한국작가들의 초대는 대개 사진ㆍ설치ㆍ미디어ㆍ조형 등의 분야에서 이루어져왔고, 정통 회화로는 2011년 이우환 작가 다음으로 최인혁 작가가 초대를 받아 향후 최인혁 작가의 행보가 기대된다.

‘스마트폰과 음악은 우물과 같은 존재로, 스마트폰은 우물의 외곽 벽돌들이며 그 안에 담긴 음악은 대지 아래 깊은 곳에서 솟아나오는 물입니다. 퀸은 프레디 머큐리의 죽음으로 해체됐지만, 그들의 음악이 감성이란 물로 부활해 죽음이란 지하에서 솟아나와 스마트폰이란 이성의 우물 외벽 안에 안정되어 나오듯이, 퀸의 음악과 미술을 포함한 예술들이 정서적으로 목마른 현대인들의 갈증을 해소해줄 것입니다’고 작가는 노트에서 밝히고 있다.

전시 : 2019년 4월 14일까지
장소 : 갤러리 DOO(서울 강남구 청담동 63-18 경원빌딩 B1)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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