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전미야 작가] 스스로 느끼는 삶의 질이라는 것은 절대적이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다가오는 게 강하고, 또한 현재 진행형일 때 그 강도를 더하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삶의 질을 따질 때면 언제나 상대에 견줘 비교 수치적 계산을 앞세우게 마련이다. 그리고 과거의 일은 그저 기억일 뿐이고 미래는 또 손에 잡히지 않으니 추상(推想)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현재에 충실한 상대적 감정이란 얘기인 것이다.

요즘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삶이 팍팍하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경기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너도나도 경기불황에 경제사정이 어려워져 살기가 힘들다고 말하곤 한다. 사실 경제사정뿐만 아니라 복잡한 사회에서 여러 불확실성에 대한 압박과 그에 따른 피로감으로 세상살이가 용이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쯤에서 한 자락 접어두고 돌아보면 경기호황에 경제사정이 좋았던 적이 얼마나 되며 그렇게 이야기하고 들었던 적은 또 얼마나 되나 싶다. 설혹 호경기에 주머니사정이 넉넉해졌을 때조차도 만족감을 느끼기보다는 도리어 부족하다 했다. 어쩌면 욕구충족에 있어서는 끝을 모르는 그게 우리 인간들의 본성인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에 지나온 날들 대부분을 그렇듯 팍팍하게 살고 버티어온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그렇게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것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먼 시간 아니, 현재의 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하는 우리 대부분이 전후 세대인 만큼 한국전쟁 전후까지는 따질 필요 없이 그리 멀지도 않은 불과 몇 십 년 전인 육칠십 년대나 혹은 팔구십 년대만 보더라도 경제적으로나 그 밖의 여러 가지 면에서 참으로 어렵게 살아왔다. 그때에 비하면 우리는 모든 면에서 그 시절에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정도의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도 노상 불경기라며 삶이 팍팍하다고 한다.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네팔이나 부탄 등을 들 수 있다고 한다.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도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2년 전 남미 여행 중 페루, 볼리비아에서 남미의 지붕인 안데스산맥의 고원을 넘다가 해발 3,600m의 그 열악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놀랐었다. 뭐랄까? 너무 맑고 편안해 보인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면 행복지수는 경제발전이나 문명발달과는 무관한 모양이다. 아니, 그 반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들 나라에 외래 문물이 들어가고 문명 생활이 나아지면서 높았던 행복지수가 오히려 낮아진다고 하니 말이다. 그것은 비교 수치를 따져 상대에 견주는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는 삶 자체가 상대적이지 않을 수는 없다. 현재를 중시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나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면 현재와 이어져 있는 지난날들이나 다가올 날들을 아울러 돌아보며 자기 삶의 절대적 가치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행복은 비교되어야 할 것도 아닐뿐더러 누가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림=김태원 화가
전미야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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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예술의 다재다능한 작가로서 시, 수필, 소설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