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시집 ‘한나절 쉬어가면 어때서’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서기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한나절 쉬어가면 어때서’가 출간됐다.

등단 20여 년 만에 세 번째 시집을 냈으니 결코 다작 시인은 아니다. 이는 그만큼 시에 대한 ‘애착’이 깊음의 반증이다. 부족하지만, 그러나 부끄럽지 않은 시를 추구하는 서 시인의 ‘시에 대한 애착’은 작품마다 따뜻한 온기로 녹아 있다.

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낳은 서 시인의 작품은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하다. 무엇보다 시의 흐름이 맑고 깨끗하다. 꾸밈이 없어 오히려 시혼(詩魂)이 더 선명하다. 독백처럼 흐르는 시에서도 삶의 절망이 아니라 잔잔한 미소를 닮은 희망이 숨어 있다.

스스로 정화되고 다독이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요즘도 살맛이 난다고 고백한 서 시인은 ‘한나절 쉬어가면 어때’에서 삶의 간절한 소망을 자연 속의 생명으로 풀어놓는다.

이수봉 올라/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서로 오해가 없다// 용트림하는 만경봉 아래/ 대공원 둥지를 틀어/ 가족처럼 얼굴을 뿜내고// 속옷마저 바람에 던져버린 알몸들/ 풀을 뜯는/ 양떼 같다// 산 아래/ 하늘 아래 소중한 당신/ 손님으로/ 한나절 쉬어가면 어때

이 시의 알맹이 ‘속옷마저 바람에 던져버린 알몸으로 풀을 뜯는 양떼’는 우리 모두가 원하는 삶의 소망이 아닐까. 때로는 참담하기조차 한 삶의 아픔 속에서 벗어나 하늘 아래 가정 소중한 손님으로 한나절만이라도 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삶의 소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우리 모두의 소망을 속삭이듯이, 때로는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서 시인의 작품은 시마다 겹들인 칼라 사진과 함께 독자들을 ‘아름다운 시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참글문화/신국판 양장본/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