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전미야 작가] 지인이 한지에 적어 보낸 글귀다. 처음 듣는 말도 아니고, 뜻하는 바가 헤아려지지 않는 것도 아니건만 그렇게 보내온 정성도 있고 하여 책상 곁에 부쳐놓고는 오며 가며 눈에 들어오면서 저절로 되새김이 되었다.

세상의 명언 명구라는 것이 특별한 것들은 아니다. 누구나 다 알 수 있고 쉽게 이해되는 사실들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요약해 표현하느냐에 따라 명언도 되고 명구도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것은 대하는 사람들에게 되새김을 시킨다. 그리고 되새김을 할수록 맛이 깊어지기에 말 그대로 명언이 되고 명구가 되는 것이고 말이다.

낙(樂)과 행복은 등식(等式)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즐거우면 행복하고, 행복하면 즐겁다. 누구나 원하는 바인 그것. 그러기에 우리의 기본권 중 하나로 명시해 놓았다. 자유권, 참정권, 사회권 등이 인간의 기본권인데 여기에 행복추구권이 추가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그것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행하는 모든 일들이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일하고, 행복하기 위해 먹고, 행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행복하기 위해 하는 일 자체를 즐기면서까지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비단 위에 꽃을 더하는 금상첨화(錦上添花) 격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즐기고 있는가. 향기가 옅게 스미는 찻잔을 들고 창밖 풍경을 내다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건만 즐기기는커녕 어쩔 수 없거나 마지못해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에 견주면 나는 전연 그렇지가 않은 편이다.

남들 눈에는 내 생활이라는 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단순반복에 무미건조해 보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러한 면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내 생활’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 세상의 모든 일들은 생각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굳이 단정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었지만 나는 꽤 오래전부터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을, 즉 나 자신을 사랑하기로 했다. 차 한 잔 우리는 일도,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몇 줄 글을 쓰는 일도, 해질녘이면 밖에 나가 해변을 산책하는 일도 매일 되풀이되지만, 그때그때 다른 느낌으로 맞이하고 그러니만큼 새롭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지금, 들고 있는 찻잔에서 향기가 스미어 나오는 것이, 그 향을 감각할 수 있게끔 내가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고도 감사하다.

그림=김태원 화가
전미야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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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예술의 다재다능한 작가로서 시, 수필, 소설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