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路의 末] ‘새빨간 거짓말’

[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새빨간 거짓말’이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뜻한다.

거짓말이 닳고 닳아서 빤질거려 빨간 건지 아니면 너무 익어서 빨간 것인지.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고, 손오공의 여의봉이 수시로 들쭉날쭉하고, 루돌프 사슴 코가 빨개지고, 원숭이 똥구멍이 빨개지고. 새빨간 고추…

거짓말이 횡행하는 이 시대 거짓말 풍족시대, 거짓말 증폭의 시대에 옛 민담에서 지혜를 찾아본다. 민담이란 우리 선조들의 사유방식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한 거짓말. 우리 선조들의 해학이 서려있다. 거짓말은 왜 하는가? 자신을 세뇌시키기 위해서? 자신이 살아가는 방어기제의 하나인가?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살아갈 수 없으니깐 거짓말에 자신을 최면 건다. 남들은 다 안다. 다 같은 수준이고, 다 같은 인간의 감수성을 갖고 있기에.

그냥 느끼는 거다. 아무리 거짓에 능해도 어긋난다. 오직 자신만 속이고 자신이 위안 받기 위해 끊임없이 줄기차게 거짓말을 한다.

지붕 없는 집에
눈 없는 영감이
대통 없는 담뱃대로
담배를 태워 물고
문살 없는 문을 열고 앞산을 바라보니
나무 없는 앞산에서
다리 없는 멧돼지가 떼를 지어 뛰어 가길래
구멍 없는 총으로 한 방 쏘아 잡아서
썩은 새끼줄로 꽁꽁 묶어

지게뿔 없는 지게에 지고
사람 없는 장터에 나가
한 푼 안 받고 팔아서
집으로 오는데
물 없는 강물에 배를 타고 건너가는데
빈 가마니가 둥둥 떠내려 오기에
그것을 건져내어 이리 저리 들쳐보니
새빨간 거짓말이 잔뜩 쏟아져 나오더라

한국민담선에 나오는 글이다.
옛날 옛날 오랜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 아니 토끼가 담배 피던 시절에 우리 선조들은 얼토당토한 말들을 늘어놓는 것 같으나 이처럼 해학이 많던 민족임을 증거하고 있다. <한문수-한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