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전미야 작가] 연배로 치면 나보다 한참이나 위이신 분과 SNS상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이런 말을 해온다. ‘늙는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너도 내 나이쯤 늙어 보면 알 거야.’ 왜일까? 그 말이 문득 가슴을 치며 다가오는 느낌이다. 내 생각의 허를 찔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늙는다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른 개체의 자연스런 변화 중 하나일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거기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좀 더 복잡한 심경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니까 생물학적 정의가 우리들이 느끼는 감정적 정의까지 대변해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늙는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점도 많다. 너도 내 나이만큼 늙어보면 안다.’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그동안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지 않았나 싶어진다.

‘늙음’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와 관념, 그리고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은 유쾌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살아가는 중에 어느 날 문득 나도 늙어가는구나 하고 자각하는 순간부터 감정곡선은 하강하기 마련 아닐까? 늙음이란 단어가 갖는 갖가지 부정적인 의미들. 정신적 육체적 쇠퇴, 능력상실, 뒷전으로 밀려남, 쓸쓸한 퇴장, 외로움, 그리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현격하게 줄어들면서 점차 다가오는 생의 막바지와 죽음 등. 우리는 그런 것들을 늙음과 동일시하고 그런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지 않았는가.

그런데 늙음에는 과연 그런 것들만 있을까? 그분은 SNS상에서 대화를 이어나가며 이야기한다. 구체적인 것들을 늘어놓자면 수없이 많지만 한 예로, 백발을 가리켜 인생의 면류관이라고 하는 말이 예전에는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이제는 진정으로 다가오는 것이 그렇고, 무엇보다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 그것일 터이다. 다시 말하자면 젊은 시절을 가열차게 살도록 했던 온갖 물욕, 정욕, 명예욕 등을 이제는 미련 없이 내려놓고 보다 편안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인데, 젊음에는 그런 욕심이 있어야 하고 마땅히 그 욕심으로 삶을 지탱하게 마련이지만 그 시기를 다 지나와서는 그만 내려놓아 그것들로부터 해방이 되어서 비로소 영혼의 평화를 얻어야 하는 것이며, 그것은 또 다른 삶이고 제2의 생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였다.

고개가 끄덕여짐을 지나 어떤 숙연함마저 느끼게 하는 이야기였다. 막연히 가졌던 늙음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그 속에 또 다른 깨달음과 제2의 생이 있다는 사실을 그분은 그 몇 마디 말로 일러주었던 것이 아닌가.

그림=김태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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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예술의 다재다능한 작가로서 시, 수필, 소설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