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온다

피어난 꽃보다
인고의 움트림을 
안고 있는 
피기 전 꽃이 더 아름답다

수밀도 같은 
꽃봉오리는 설레임
산수유, 황매화, 왕벚꽃…
각각의 사연과 

지금 
막 
피려는 꽃은,
피어난 꽃보다 더 아름답다 
        -인전 이상훈 시 <꽃이 온다> 전문-

[생각 하나] 
‘욕망은 인간을 생동케 하나 소유는 인간을 시들게 한다’는 말이 내 뇌리를 때린다. 사냥꾼이 새를 쫓아가는 욕망은 증폭되나 총으로 새를 잡고나면 시들해지는 것을!

보름달보다도 보름달이 되어가는 그 과정이 기대감을 크게 하고, 활짝 핀 꽃보다도 갓 피려는 꽃이 더 많은 기대감을 준다.

보름달은 이지러져 가는 날만 남았고, 활짝 핀 꽃은 시들기 시작하니깐 말이다. 산정에 오른 자도 내려갈 일을 걱정하게 된다. 모든 것이 이룬 뒤의 공허감이랄까. 어쩌면 모든 인생이 이루는 그 과정이 팔 할을 차지하는지도 모른다.

꽃을 피우기까지가 온갖 사연과 세파를 겪어내는 인고가 나의 몫이지만 막상 피고 난 뒤는 모든 이들의 꽃이 아닌가. 활짝 핀 꽃은 아무런 미련도 갖지 않는다.

다들 즐거워하면 핀 꽃은 만족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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