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푸들 ‘호두’가 식음을 전폐하고 힘없이 말라가자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동고동락하던 그 녀석(마루)이 먼저 떠난 지 두 달 만이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함께 살던 누군가가 먼저 가버리면 그 슬픔과 충격의 감정은 똑같은가 보다 싶어 마음이 더 아팠다.

피검사와 소변검사, 엑스레이, 초음파 등 검사 결과 빈혈 수치가 너무 낮아 수혈해야 한단다. 다행히 혈액 정밀검사로 병명이 나와 세 가지 약을 처방받았지만, 열흘 후에 재검하여 결과를 보자고 한다.

호두 녀석은 약봉지만 보면 구석으로 도망 다니기 바쁘다. 주사기로 약을 먹이니 저도 싫지만, 나도 시간 맞추어 먹이는 일이 만만치 않다.

“이 약값이 얼만지 아냐? 한 달 생활비 몽땅 갖다 바치고 타온 약이다. 요놈아!”

또다시 누군가를 잃고 슬퍼지기 싫어서, 그래서 치른 슬픔 값이야. 혼자 속으로 되뇌며 작은놈과 나는 지금 함께 투병중이다.

은의 바다

균형 잃은 그날
빈 영혼의 기도처럼
완벽한 침묵 달콤한데

그리움이여
어디쯤에서 너는
은빛 바다를 몰고 오고 있는가

길게 누운 모래 끝에
계절은 익고
탱자나무 가시 뒤로
노을 지는데

한 때 찬란했던 인연
그 떠도는 섬 위에서
누가 우네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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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