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나는 체육과 출신으로서 창피하게도 수영을 잘 못한다. 골프에만 전념하느라 수영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대학 1학년 때 학부수업에서 배운 것이 전부다. 하지만 수영을 잘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항상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곤 했다. 바쁜 일상으로 수영 배운다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하다가 이곳 말레이시아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수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 수영장이 바로 숙소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수영을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이든 여성분(아줌마)의 여유 있는 평영모습은 가장 우아하고 쉬워 보였다. 그래서 나도 평영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도 레슨 동영상을 통해 독학으로 말이다. 우선 얕은 곳에서 발차기와 팔 동작, 호흡법을 연습했다. 한 달 정도 연습하니 조금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깊은 곳을 한 번 쳐다보았다. 하지만 망설임이 앞선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건져줄 사람도 없는데...

망설임과 함께 얕은 곳에서 연습을 더 하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도전을 결심하고 일단 벽 쪽으로 붙어서 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죽을지 모르니 탈출이 쉬운 곳을 선택한 것이다. 얕은 곳은 1.5m이고 깊은 곳은 3m나 된다.

도전에 앞서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그리고 내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불안감과 함께 과감한 출발을 감행했다. 레슨동영상에서 배운 대로 발차기와 팔 동작의 리듬에 집중했다. 수영에서도 리듬을 강조하고 있었다.

서서히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점점 바닥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3m 수심에 이르렀을 때, 앗! 마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바라보았을 때의 그 고소공포가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빨리 벗어나고 싶은, 좋지 않은 싸한 느낌!’ 그것을 느낀 후, 나도 모르게 팔동작과 발동작이 빨라지기 시작했고, 숨 쉬는 것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만 벽 쪽을 찾고 말았다. 일단 살아야겠다는 일념하나로 말이다.

다행히 보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라도 있었더라면 꽤나 창피했을 것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얕은 곳으로 돌아와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역시나 3m 수심의 바닥이 보일 때면, 공포가 똑같이 느껴지면서 리듬이 깨지고, 동작이 빨라졌다. 아마도 생존본능이 아닐까 한다.

나는 그 때 문뜩 두려움이 가득한 골프선수가 떠올랐다. 골프선수도 시합을 하면서 무언가에 두려움이 생기면, 스윙에 힘이 들어가면서, 리듬이 깨지고, 동작이 빨라진다. 그리고 결국 미스 샷이 잦아지게 된다. 수영이나 골프나 문제는 그 두려움에 있었다. 빠져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미스 샷을 칠거라는 두려움. OB 나면 어떡하나, 생크 나면 어떡하나, 뒤땅 치면 어떡하나, 빠지면 어떡하나... 이런 두려움과 불안이 바로 몸을 긴장시키는 것이다.

나는 골프선수들에게 심리코칭을 하던 대로 내 자신한테 코칭을 시작했다. ‘남들 다하는 수영 나라고 못하라는 법 있냐? 아줌마도 하고 애들도 하는데 말이지, 처음부터 어떻게 잘할 수 있냐? 리듬에 집중하자. 몸에 힘을 빼고 여유를 갖자, 나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자기 전에 깊은 곳에서도 수영을 잘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자기암시와 이미지트레이닝을 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3m의 두려움은 오래가지 않아 이겨낼 수 있었다. 드디어 깊은 곳에서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골프든 수영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용기를 내서 도전하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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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프로
한국체대 학사, 석사, 박사수료(스포츠교육학)
現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UUMISM 골프심리코치
現 ‘필드의 신화’ 마헤스골프 소속프로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前 한국체대 골프부 코치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의상협찬-마헤스골프

이종철 프로｜forallgol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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