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삼 개월 된 마루가 우리 집과 인연을 맺은 것은 5년 전이었다.

처음으로 애완견을 키우는 것은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그러나 덩치가 크고 털이 많은 골드니트리버, 그 녀석이 올 여름 무더위가 절정을 이루던 칠월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먼 길을 떠났다.

처음으로 정성을 쏟으며 정을 준 녀석은 유난히도 나를 잘 따라 엄마 껌딱지란 별명도 있었는데, 인연의 끝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너무나 갑자기, 허망하게 곁을 떠나버린 녀석 때문에 나는 아직도 그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무뎌지며 희미해지겠지. 하지만 함께 동거동락하며 즐거웠던 그 추억, 그 기억들은 영원히 남아 문득문득 간절히 생각날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이제 여름은 끝났다.

너무나도 더웠고 너무나도 큰 슬픔이던 그 여름이 말이다. 별이 된 마루 안녕…미안하고 사랑한다.

흔적

여름 나무가
계절을 털어내는 문 뒤에
목숨만큼 쌓아 올린 인연 하나
지워지고 있다

다 버리고 떠나는 것만큼
쉬운 일이 또 있을까

높이 떠돌던 하늘은
조용히 내려와 땅이 되고
이유 있는 슬픔 하나
꿀꺽 삼킨다

예감할 수 없는 숱한 날 앞에
구차한 인연을 끊고
오래도록 서 있는 빈자리

차가운 설레임이 어둠에 숨고
삶은 다시
쓸쓸한 여행이 된다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