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윤승희 기자]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서울 종로 서울극장)는 오는 30일부터 9월 16일까지 1980년대 일본 영화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었던 소마이 신지(相米愼二·1948~2001)감독의 전작을 상영하는 ‘소마이 신지 전작 회고전-불안한 아이들과 우울한 어른들’을 개최한다.

이번 회고전은 자신만의 자유로운 영화적 방식으로 시대의 불안한 공기와 터질 것 같은 젊음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담았던 소마이 신지의 영화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회고전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세일러복과 기관총’(1981), ‘태풍 클럽’(1984), ‘물고기 떼’(1983), ‘여름 정원’(1994) 등 놓치기 아쉬운 숨은 작품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상영작은 소마이 신지가 조연출로 참여했던 영화와 직접 제작한 작품까지 모두 16편이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소마이 신지만의 독특한 매력과 1980~90년대 일본 영화의 중요한 경향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1980년대 일본 영화계에는 위기와 함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 제작사들은 실적 악화와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젊은 감독들이 독립적인 방식으로 다른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1970년대부터 ATG(Art Theatre Guild) 등을 통해 활동했던 소마이 신지는 1980년에 데뷔한 이후 일본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이끈 가장 중요한 이름 중 한 명이다.

데뷔작인 ‘꿈꾸는 열다섯’(1980)에서부터 10대 청소년들의 불안한 내면과 숨길 수 없는 욕망을 과감하게 그렸던 그는 ‘세일러복과 기관총’, ‘숀벤 라이더’(1983)를 잇달아 발표하며 기성세대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주제 의식을 드러냈다.

이후 ‘태풍 클럽’과 후기작인 ‘이사’(1993), ‘여름 정원’에서도 보여주었듯이 소마이 신지는 어른들의 나쁜 세계에 적응을 거부하고 이 과정에서 불안을 느끼는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을 꼼꼼하게 묘사하며 일본 사회의 단면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그런가 하면 소마이 신지는 자신의 삶과 사회에 염증을 느끼는 어른들도 즐겨 그렸다. 로망포르노 장르에 속하는 ‘러브호텔’(1985)의 주인공은 자기 파괴적 충동에 사로잡힌 인물이며, ‘물고기 떼’의 주인공은 자신이 구시대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 인물이다.

유작 ‘바람꽃’(2000)에서도 희망보다는 절망을 더욱 생생하게 그린 소마이 신지는 한 사회가 품은 어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선배들과는 다른, 가장 동시대적인 감각을 영화 안에 펼쳐보였으며 장르의 자유로운 변주와 개성 가득한 등장인물들, 자신만의 촬영-편집 스타일로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이번 회고전 기간 동안 일본의 영화평론가 후지이 진시를 초청, 두 번의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의 제목은 ‘80년대 일본영화 뉴웨이브의 흐름’(9월 1일 오후 5시), ‘소마이 신지의 영화세계’(9월 2일 오후 2시)이다.

윤승희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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