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여름의 한복판, 중복 더위를 이길 묘안이 없을까?

여름뿐이 아니라 늘 너와 더불어 시간을 나누면서 천천히 즐길 일은, 라고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책’이다.

꼭 명저이거나 베스트 도서일 필요가 없다. 우연히 잡힌 책이라도 손가락 끝에 침 묻혀가며 사그락사그락 한 장씩 넘기면서 너를 만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이 단정하고 아름다운 너를 만나면 기쁨의 환성을 지른다. ‘시간을 나눈다는 것은 반드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사람들끼리가 아니라 옛사람으로부터 살아온 시간을 나누어 받을 수 있는 책이 있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라고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의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만난 책들이 귀해 판서하여 보관하거나 돌려 읽기도 했다.

세상은 변하고 또 변했다. 400년 세월 속에 전자화된 컴퓨터는 엄청난 양의 활자를 쏟아붓고 있다. 손안에서 움직이는 세계, 눈 뜨면서 시작하여 잠자리에까지 동행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모든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손쉽게 터치로 얻어지는 상식들은 쉬운 만큼 눈앞을 떠나는 순간 또 다른 검색어가 덮어버린다.

“얘는 스마트폰만 켜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있는데 왜 책을 봐. 영화에 게임만 있니? 투자할 주식 정보에 은행도 있지, 연예인 뒷이야기는 어떻고. 또 책이란 책은 다 있는데, 누가 종이책을 본다고 그래. 서점 간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엔 가을이면 ‘독서의 계절’이라 하여 책 읽기를 권장했다. 독후감 써내는 숙제는 당연했고, 책은 빌려보는 거라며 책 살 돈으로 영화 보러 가거나 다른 곳에 쓰곤 했다. 두툼한 책 속엔 비상금을 숨길 곳으로도 쓰임새가 있었다. 여름이면 추리소설 속에 빠져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가을이라 문고판이나 포켓 판 손안에 들고 여행을 떠났다.

이젠 책을 대하는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북카페가 생겨 커피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불타는 금요일에는 심야 책방도 열린다. 심야 책방에선 책과 어울리는 술, 요리, 독자가 전해주는 글감 등 다양하게 책과 만나고 있다. 중고책방에 가면 반값에 살 수 있는 책도 많고, 도서관엔 엄청난 책들이 손짓하고 있다.

“얘, 말도 마라. 애들에게 책 보라고 한 난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가 들켜서 어찌나 창피하던지, 차라리 책보란 말을 하지 말걸.”

오랜만에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나 다시 만나볼까.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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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