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호의 문화 단상] 경영이야기, 갑질 횡포로 만연된 경영주 문화 달라져야...

신뢰와 존경심 무한 추락...인간ㆍ기업 경영 실패 장창호 칼럼니스트l승인2018.05.16l수정2018.05.1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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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렵지만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최근 갑질 횡포로 만연된 경영주 문화에 일침을 가하는 가면 촛불 시위로 경영주 퇴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릇 경영의 요체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구성원간의 신뢰 구축이다.(사진 출처=네이버 화면 캡처)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옅은 녹음이 산야를 새롭게 채색하는 늦봄이라 간밤에 비라도 내리면 그나마 드물어진 꽃들이 얼마나 떨어졌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거실 안 난초꽃이 벌써 고개를 숙입니다. 봄에 구입한 꽃들이 다 이 모양입니다. 꽃향기에 취해 제때에 관리하지 못한 탓입니다. 오늘은 경영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시경』의 「대아(大雅」편 ‘영대(靈臺)’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영대를 짓기로 작정하고 땅을 측량해 공사를 시작했네. 백성들이 달려들어 하루 만에 완성했네. 처음 지을 때 서두르지 말라 했건만 백성들이 자식처럼 달려왔네(經始靈台, 經之營之. 庶民攻之, 不日成之. 經始勿亟, 庶民子來).”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국운의 성쇠 조짐을 살펴보는 대형 누대의 건축을 결심하자 백성들이 마치 자식이 아버지의 일을 하듯이 달려와서 금방 완성했다는 내용입니다. 한문의 경영(經營)이라는 어휘가 이 시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왕이 영대 건축을 사려 깊게 결정하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추진했다는 점은 오늘날 국가 경영자를 위시해 기업 경영자에게도 요구하는 덕목입니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백성들이 문왕의 결정을 전적으로 신뢰하였고 마치 자기 집안일인양 자진해서 건축공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참으로 시사(示唆)하는 바가 많습니다. 평소 지도자와 백성 사이에 신뢰구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요즘 대한항공 경영주 일가의 오만방자한 갑질 행태를 성토하는 소리가 드높습니다. 심지어 회사직원까지 나서 주말마다 서울도심에서 가면촛불집회를 열고 경영자 퇴진을 요구합니다. 문왕의 백성들이 자식처럼 달려와 임금의 누대를 뚝딱 지은 일과는 정반대입니다.

『맹자』의 「양혜왕(梁惠王)」하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맹자에게 은나라 탕(湯)임금이 하(夏)나라 폭군 걸(桀)을 내쫓고 주나라 무왕(武王)이 은나라 폭군 주(紂)를 쳤다는데 신하가 임금을 시해해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맹자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인의(仁義)의 도리를 해친 자는 도적과 같은 잔인무도한 무리에 불과하므로 일개 사내에 불과하며, 자신은 사내에 불과한 걸과 주를 죽었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임금 걸과 주를 시해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지금 대한항공 사원들에게 사주 일가는 일개 평민 걸과 주와 같은 존재로 신뢰와 존경심이 추락했습니다. 철저한 인간경영 실패입니다.

『맹자』의 「공손추(公孫丑)」하편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 더 하겠습니다. 전쟁을 할 때 하늘이 내린 때도 험준한 지리적 이점만 못하며, 지리적 이점도 백성의 인화단결만 못합니다. 아무리 작은 성곽일지라도 그 안의 구성원이 인화단결하면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반면에 구성원의 인화단결이 깨어지면 아무리 성곽이 견고하고 물자와 양식이 많더라도 도움의 손길이 끊어지고, 그러면 임금의 친척조차 반기를 든다고 맹자는 강조합니다. 백성의 인화단결을 끌어내는 것이 국가경영의 요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대한항공의 국적항공사 지위를 박탈해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합니다. 사방 여론이 등을 돌린 상태인데다 설상가상으로 사원들까지 사주 일가의 비리를 채집해 폭로하는 지경입니다. 그야말로 친척조차 반기를 든 형국입니다. 철저한 기업경영 실패입니다.

대기업 경영주의 갑질 횡포는 단지 대한항공에만 해당한다고 믿어지지 않습니다. 황제경영을 하는 우리나라 대기업 대부분에 만연된 경영주 문화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대한항공이 재수 없게 걸려 빙상의 일각이 수면에 떠올랐을 뿐입니다.

건물을 짓고 나면 기초와 기둥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건축의 요체입니다. 마찬가지로 나랏일이든 회사일이든 경영의 요체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구성원간의 신뢰 구축입니다. 그래야 나랏일도 회사일도 내 일처럼 달려듭니다.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화(人和)는 고금을 막론하고 지난(至難)하지만 시급(時急)한 문화임이 틀림없습니다.

촛불은 자기희생을 상징합니다. 가면을 쓰고 촛불을 든 대한항공 사원들이 보기에 안쓰럽습니다. 국가경영에 실패한 지도자를 촛불로 권좌에서 내린 나라 안에서 신분이 드러났을 때 받을 불이익이 얼마나 가혹하기에 사원들이 가면을 쓰고 촛불을 듭니까! 가면은 축제에서나 쓰는 사회가 되길 기원합니다. 물 컵은 사람을 향해 던지는 용도가 아닙니다. 당연히 타파되어야할 경영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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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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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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