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어제가 오늘 같다고?

매일 뜨는 해는 동쪽이고 지는 해는 서쪽이듯이, 일어나 밥 먹고 커피 마신 다음 집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와 잠을 청한다. 매일이 같다.

계절 또한 절기 따라 꽃은 피우고 지게 한다. 5월에는 장미가 우아하게 자태를 내뿜는가 하면 담장을 넘어 탐스러운 송이를 선보인다. 봄이 서서히 물러가고 여름이 자리한다. 봄과 여름의 중간인 5월에는 행사도 많다.

어린이날은 손자 챙겨야지, 어버이날은 부모님 찾아 봐야지. 스승의 날 찾아뵙는 제자를 은사님은 기억이나 하시는지…가정의 달이라고 혼자 살겠다는 자식들도 이참에 모여 밥을 함께 먹어본다.

“병원 가봤어? 걔는 왜 그렇게 미련하대. 저번부터 몸이 안 좋다고 하더니, 진즉 병원 가래도 안 가고. 밤사이 119 불러 병원에 갔다면서?”

매일 묻는 안부가 어디 괜찮으냐다. 하룻밤 자고 나면 안 아프던 곳도 아프고, 어제 일도 감감해진다. 서로를 궁금해 하며 물어봐 주고 챙겨 준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모르는 일상생활이 고마울 때도 있다. 병원에 누웠을 때와 집안 행사며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 그리고 제일 큰일은 장례이다.

“얘는 말도 마라. 사 년 동안 시부모님에 시동생, 조카까지 장례를 치르고 나니 이젠 겁이 난다. 무슨 경황에 치렀는지 모르겠다. 기르던 개까지 보내니까 아무 생각도 없더라. 그저 내가 숨 쉬고 있고, 삼 세끼 밥 챙겨 먹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지.”

갑자기 불어 닥친 큰일로 한의원과 병원 신세를 지며 정신을 추스른 친구가 다행히 살아있다. 그러나 다시 꿋꿋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쉽게 옛날의 활기를 찾지 못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허물어지고, 가족들의 빈 공간에서 길을 잃어 헤매고 있다. 함께 밥 먹고, 텔레비전을 보고, 산책하며 나누었던 시간들이 언제였던가 싶게 생각 속에서 지워졌다.

“그래. 매일 친구를 만나고 매일 나누웠던 이야기들이 그립네. 눈 뜨는 아침이 아름다운 거야. 이제서 그걸 알겠다고.”

색다른 경험보다 늘 같은 일상이 편안한 거였다. 단순한 시간들이 반복되는 생활이 행복인 거다. 삶은 계란처럼….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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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