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만지다] 밭뙈기

골프타임즈l승인2018.03.15l수정2018.03.1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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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뙈기

회정 너머
함경북도 같이 못생긴 밭뙈기 하나
거름지게 뒤를 따라가지만

문둥이 골을 지나는 길이 무섭다
섶다리 아래
시퍼런 물도 무섭다

햇살에 익은 주전자 들고
문둥이집 우물에 물 떠오라면
더 무서워 집에 까지 갔다

이 못생긴 밭뙈기
개뼉다구 같은 밭뙈기
비가 와서 떠내려 가버려라
-윤순철 시 [밭뙈기] 전문-

[생각 하나]
정말 개뼉다구 같은 유년의 추억이다. 어른들이야 세상물정 다 겪은 자기 연륜으로 보면 무섭지 않지만 온갖 공상 속에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아버지는 어린 아들이 어찌하나 하고 즐기는 모습 같기도 하다.

여기선 ‘공포의 미학’이라고 설정해 본다. 초등학교 등굣길이 5리가 넘는다. 고향인 정말에서 치골 지나서 산길을 걷다가 돌고개를 휑하니 넘어선다. 돌고개에 쑥쑥 돋아난 돌부리에 앉아서 좀 쉬다가 내리막길로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높은 산등성이가 흐르는 곳에 회정이란 곳이 있다. 과거엔 주변 경치가 좋아 회정(會亭)이란 정자가 있었던 곳이라해서 회정골이라 했다고 한다.

어쨌든 깊은 숲이 주는 산골은 까닭모를 공포감이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곳이다. 혼자서는 이 길을 다닐 수 없었고 등하교 길에는 항시 뭉쳐서 다니던 길이었으니 말이다. 좀 지나면 또 외나무 섶다리가 놓여 있어 건너기도 무섭고 비만 오면 거센 물줄기를 내려다보면 엉금엉금 기어서 건너던 다리 등 학교길은 공포 투성이었다.

문제는 그 회정골에 거지가 살았다고 했고 인근에 문둥이도 살았다고 하는데 무서워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사람들의 눈총 때문에 깊은 외딴골까지 찾아든 문둥이 집이 있었다는데 그래도 돈이 많아 마을 사람들이 돈을 빌리려 가면 손가락이 푹 담기는 물을 떠 주면 마셔야 돈을 빌려준다는 말도 들릴 정도다.

심지어 회정골엔 늑대와 여우도 출몰하던 곳이라는 소문에 항시 그쪽을 외면하고 싶은 산골이었다. 그런 곳에서 춥고도 낯선, 먼먼 함경북도 모양을 닮은 비뚤어진 밭뙈기에서 일을 하다가 아버지가 가까이 있는 문둥이집 우물에서 물을 떠 오라고 한다면 누가 성큼 떠올 수 있겠는가?

쌍! 차라리 먼 길이지만 집에 가서 떠오는 게 한층 심리적인 불안이 덜할 것이 아닌가. 아니면 비가 왕창 와서 밭이 떠내려 가버리든가. 유년기 심리적 불안상태를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어쨌든 어릴 때든 어른이 된 지금도 무서운 건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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