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김기은 소설가] 뒤늦게 나타난 올케의 친정 동생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는 화를 냈다.

“산이 어딨어서, 그리고 누가 가서 뿌리노.”

“정 안되면 우리 아버지 계신 선산에라도 뿌리던지 하면 되지”

“미쳤나, 그걸 우리 아버지 있는데 와 뿌리고. 거기가 어디라고. 거기다 뿌려주는데. 이혼한 사람을 뭐 예쁘다고 우리아버지 산에 뿌려주노. 내 고생시킨다고 아버지가 얼마나 싫어했는데.”

올케가 갑자기 목소리 톤을 높이며 흥분했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니다. 그걸 남 한데 갖다주면 되나? 애들 아버진데. 영아, 빨리 가서 언니한테 도로 갖고 오라 케라.”

“아버지면 아버지 노릇 한 게 뭐있는데. 공부를 제대로 시켰나, 제대로 호강시켜 키우길 했나. 장례라도 그 정도로 치러줬으면, 자기가 한 거에 비하면 호강 한 거다. 가지 마라 놔둬라.”

막내는 가라는 외삼촌과 놔두라는 엄마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쩔쩔맸다.

저만치서 상조회 사람이 난감한 표정으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한 참 뭐라고 하는 거 같더니 검정 봉지를 받아들고 또 다시 이쪽을 쳐다보았다. 큰 애가 돌아서서 달려왔다.

“뭐라카드노? 알았다카더나.”

“몰라. 안 받을라 그러는 거 엄마가 우린 산이 없어서 뿌릴 데가 없다고, 아저씨 산에 좀 뿌려달라 그랬다고, 그러고 주고 와버렸어.”

“거기 주고 오면 우야노. 뿌리더라도 우리가 뿌려야지. 도로 가서 달라 그래라. 쓰레기도 아니고 저게 뭐고. 네 아버지 아이가.”

외삼촌이 조카를 나무랐다.

“아이 몰라. 그냥 엄마가 하라는 데로 해요. 아저씨가 가져갔으니까 자기 산에든 어디든 뿌려 주겠지 뭐, 우리가 가져오면 그걸 어디 가서 뿌려요. 요즘은 환경보혼가 뭔가 땜에 아무데나 막 뿌리지도 못할 거요.”

조카가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상조회 아저씨는 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선 채 쓰레기 봉지 같은 검정 봉지를 들고 머뭇머뭇 얼마간 서있더니 출구를 향해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참, 누나, 이런데 유골 산골 시켜주는 유택동산인가 뭔가 그런 것도 있는 거 같던데. 여기도 있지 않겠나?”

“그런 것도 있나?”

“맞다, 엄마 본 것도 같다. 근데 돈 내야 되는 거 아냐? 공짜야.?”

“몰라”

“공짜가 어딨겠노. 마 됐다. 아저씨가 가지고 갔는데 뭐.”

“가다가, 우리 잘 가던 매운 갈비집 안 있나? 거기 들러서 점심이나 먹고 가자. 장례식한다고 만날 기름진 허연 것만 먹어서 니글니글하다. 점심은 내가 살게. 알뜰히 해서 장례비 다 치르고도 돈 남았다.”

“엄마, 돈 남았어? 얼마나?”

올케랑 딸들은 떠들면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올케 친정 오빠가 자기 차에 모두 타라고 했다. 나까지 여섯 명이였다.

“고모가 있어서 자리가 모자라네. 좁아도 우야겠노. 뒤에 애들하고 낑겨서 타라.”

그러고보니 나는 또 이방인이었다. 낄 데가 아닌 곳에 낀 거 같아 내가 내리겠다고 했다.

“조금만 참고 가면 된다. 우리 언니한테 전화해서 저 아래로 차 갖고 오라 켔으니까 거기 가서 다시 나눠 탈 기다.”

문득 가봐야 할 곳이 생각났다. 갑자기 갈 곳이 있다고 했다.

“맞다. 대구에 친구 있다켔제.”

그렇다. 대구로 시집와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하지만 나는 친구에게 오빠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 어렵게 사는 친구에게 오빠 상까지 알려 부담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 왜 없는 사람은 주변 사람조차 다 지질이 가난한 사람들만 둘러싸고 있는지.

“그래도 밥이나 먹고 가지 와? 갈비 먹으러 갈긴데.”

올케의 말을 뒤로 흘리며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10.
길을 잘 몰라 택시를 타고 공원묘지 이름을 댔다. 장례 이후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엄마의 납골당을 찾아가고 있었다. 입구 꽃 가게서 생화를 사려니 납골당은 조화만 된다고 해서 조화 한 다발을 샀다.

사무실가서 번호를 알아내고 키를 받았다. 시립이라 그런지 철제 캐비닛으로 된 라커같았다. 문을 열었다.

안이 어찌나 좁은지, 유골 항아리 하나 만으로도 안이 꽉 찼다. 그 앞에 상장사진이 있었다. 엄마의 젊었을 때 얼굴이었다.

전형적인 북방계 미인이었다. <계속>

김기은 소설가｜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