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김정겸 칼럼니스트]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변신’의 주인공인 그레고리는 벌레가 되었고, 쓸모없는 해충이 되어 버린 그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죽게 된다. 가족의 생계를 돌보던 그, 그러나 어느 날 벌레가 되어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오지 못하게 된다. 해충이 되었을 때도 그는 가족의 생계비를 걱정한다. 인간이었을 때나 해충이었을 때나 가족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항상 같았다. ‘변신’이 남자의 초상이라면 ‘인형의 집’은 여성의 초상이리라.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인형은 주인공 노라가 자신을 단순히 인형 취급하는, 그래서 남편의 장식품이나 노리개가 된 자신을 상징한다. 노라는 자신을 노예처럼 대하는 남편에게서 자신은 노리개 감인 인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남편의 집을 떠난다. 이혼 후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고착된 인습의 폭거로부터 대항하여 자유와 평등을 위해 맞서 싸우는 인물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실존적 작품이라는 것이다. 진짜 나의 모습이 사라진 그래서 벌레와 인형으로 대치된 ‘나’를 찾는 여행이 필요한 시기이다. 박제화 되어서 차가운 ‘나’를 인간적이고 따듯한 ‘나’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실존주의 철학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용어상 차이가 있으니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읽어 보자. 실존은 우리 인간 존재이다. 여기서 ‘존재(sein)’는 “있음, 있는 것 그 자체”를 의미한다.

우리 모든 인간은 이해되어야할 존재이다. ‘존재’는 말로 설명되고 분석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그냥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존재’를 이해하고 존재의미를 묻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인간뿐이다. 그레고리와 노라는 이해되어져야 할 존재이다. 이해되지 못하는 존재는 고독해진다.

인간(현존재)은 항상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물음, 즉 “나는 누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지금-여기(now-here)를 살아가는 세계 내 존재(In-der-welt-sein)이다. 현존재의 독일어인 Dasein을 영어로 파자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Da(=there)+sein(=being)이 된다. 즉, Da는 존재인 Being이 살아가는 ‘거기(there)’에 해당된다. ‘거기’란 지금(now) 내가 살아가고 있는 여기(here)의 세계(welt)이다. 내가 살아가는 지금 여기에서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즉, 항상 존재했던 것이 어느 순간 내 눈 앞에서 사라지게 될 때 ‘불안(Angst)’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 불안이 인간실존의 가장 근본적인 ‘기분(stimmungen)’이 된다.

불안에는 어떤 강력한 힘이 우리를 엄습하는데 이 강력한 힘을 Nichts(無:무)라고 한다. “불안은 … 우리 실존의 내면 속에 있는 근본적인 공허(void) 또는 무(nothingness)에 노출되기 때문에 생긴다.”

우리는 우리로서 살아가야 가장 자기답다. ‘내’가 ‘내가아닌 남’으로서 살아간다면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이다.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은 인간으로서 갖고 있는 본래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많은 것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은 자신의 본래성을 찾아 가는 여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순수한 ‘나’를 있는 그대로 파악해줄 순수한 ‘너’를 필요로 하는 세상이다.

내 주변에 나를 격려해주고 힘을 주는 ‘너’가 많은 사람은 행복하다. 그 사람들이 나의 공허함을 치유해 줄 수 있다. 그래서 행복해 질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에게 필자는 공허함을 치료해주는 사람이고 역으로 그들이 나에게 힘을 줄 때 내 자신의 ‘무’를 극복해 줄 수 있는 존재이다. 이제 더 이상 벌레나 인형이어서는 안 된다.

김정겸 칼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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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정겸은
철학박사, 文史哲인문학연구소장, 현재 한국외국어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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