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6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민진근 작가의 ‘소울(疏鬱)여행’전에서 빨간구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가슴 속에만 담아 두었던 아픔이 30편의 작품 속으로 재현될 때 구원의 에수처럼 붉은 구두가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사 4층 갤러리 허브에서 진행된 이 사진전은 민진근 작가가 소통과 울체의 이미지를 어루만지며 한 가지 주제로 일관한 생애 첫 개인전이다.

'소울여행'은 빨간구두와 동행한 작가의 인생론적인 물음이 듬뿍 스며있는 사진여행이다. 세상을 돌면서, 인생을 살면서 겪는 모든 행위가 여행이란 의미로 치환되면서 알 수 없었던 생의 아픔을 직시하게 되고, 이를 한바탕 굿판처럼 드러내고 해한과 아픔을 치유의 과정까지 끌어내려는 몸부림이 사진 곳곳에서 묻어 났다.

모든 사진 속으로는 붉은 하이힐이 들어가 생경한 풍경의 의미를 순화하거나 확 바꿔버리는 감초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숨어있던 상처 드러내기와 치유의 의미로 소재들을 상정하고 죽음을 통한 또 다른 소생의 의미망을 작품에 펼치기도 하면서 상당한 아우라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신범승 사진작가는 주제의식에 충실한 민 작가의 작업을 평가한다.

빨간 구두를 통한 재현 속에서, 힘들었던 과거가 스스로 치유됐다고 언급한 민 작가는 ‘바람처럼 물처럼’ 글에서도 밝히고 있다.

‘누군가의 바람과 물이 되어 그의 존재가 드러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이제는 나에게 바람과 물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갈망을 피력하며 ‘바람’과 ‘물’을 만나야 나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 흐르는 것, 여행하는 것 즉 변화하는 것에 대한 무상(無常)에 편승해, ‘살아가는 게 상처’라는 새로운 길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민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분명 보여 주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지난해 10월 첫 사진집 ‘소울여행’을 펴내면서 한 묶음으로 기획된 이벤트다. 드러냄과 치유의 여행을 이 전시공간에 드러냄으로써 첫 매듭을 맺고 있다.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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