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가끔씩 장을 보러갔을 때 포도주를 산다. 종류도 많고 맛도 조금씩 다르지만, 그 종류와 맛을 가름할 수 없는 비전문가가 무엇을 알고 고르랴. 시음하며 권하는 종류에 그런대로 만족할 뿐이지.

쇼핑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펑펑 쏟아지던 눈이 그치고 어슴푸레 노을이 비추고 있었다. 버스정거장 옆에서 과일과 푸성귀를 파는 노인이 간절한 눈빛으로 찬바람을 맞고 앉아 있다. 나는 이미 장을 다 보았는데 어떡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버스를 올라탔다. 등 뒤가 왠지 서늘하고 짠해졌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중간쯤에서 새를 보았다. 영혼 떠난 지 한참이나 된 듯 조그만 새 한 마리. 돌덩이 하나가 또 쿵 하고 가슴 안에서 내려앉았다.

“너는 또 왜 거기 그러고 있는 거야. 내 눈에는 또 왜 띈 거야.”

나 혼자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약하고 힘없는 그 대상들에 대해 괜스레 짜증이 나 얼른 문을 닫고 들어와 버렸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밤, 포도주 한 잔 놓고 시라도 써야겠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저 창밖의 모든 비루(悲淚)함을 잊기 위해서…

눈 그친 후 저녁에

그 날
눈이 그친 하늘에
붉은 가슴 죄의 무게로 바꾼
새 한 마리 노을에 묻었다

눈이 내리다
눈이 쌓이다
눈 그친 저녁
별도 없는 꿈속에
하얀 전설처럼 너를 묻었다

성스럽게 내린 고요

늑대 소리를 내며
저 밖에서 그렁그렁
세상이 우는데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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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