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기존 영화문법을 달리한 좀 특별한 영화 한 편이 탄생했다. <산상수훈>이 바로 그 영화다. 기존적인 영화의 고정 틀을 깨면서도 영화의 영역을 넓혀 주는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그것도 대부분의 영화들은 무궁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 천착보다는 지엽적인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본질을 추구해 가는 방식이라면 이 영화는 우회적인 방식을 고수하기 보다는 인간의 본질을 직선적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일면 상당히 충격을 주는 낯선 영화문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학대학원 수업시간 ‘심령이 가난한 자여…’ 강의를 듣다가 팀끼리 토론해서 발표하라는 교수의 숙제를 갖고 8명의 청년은 어느 산속의 동굴로 들어갔다. 이들은 나무십자가를 세운 후 가운데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밤을 새면서 신과 인간의 비밀을 천착하기 시작한다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다.

동굴이란 탄생의 의미를 갖는 자궁의 이미지를 내포하면서 또한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다. 근원적인 이미지를 내포하는 그곳에서 8명의 청년들이 하느님 즉 신과 인간에 대한 본질을 찾아보려는 자유 난상 토론을 펼치며 영화는 하나씩 이론적으로 정리를 해 나간다는 토킹드라마 방식을 취한다.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대해스님(유영의)은 인간의 본질을 수행해가는 종교인이다. 문제는 스님 견해에서 다른 신앙체계인 기독교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일면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어 귀 기울이며 영화를 보다보니 2시간이란 시간도 후딱 가버렸다. 한마디로 감독의 의도는 신앙의 형식은 달라도 종교가 추구하는 본질은 같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각종 물음과 이견들을 끌어내며 호응하면서 인간 본질의 공통적인 비밀을 캔다는 토론 방식으로 끌고 갔다.

감독은 인간의 본질을 알게 되면 삶은 이해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제작 의도를 펼친다. 그 원대한 꿈을 꾸면서 삶의 본질을 캐기 위해서 먼저 4대 성인의 입을 빌려서 그들이 인류에게 설파한 내력들을 펼쳐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 의도에서 먼저 <소크라테스의 유언>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인간 본질 탐색전을 펼쳤고 마침내 두 번째 작품 <신상수훈>을 내놓았다.

예수를 통해 인간 본질과 신의 관계를 기독교적인 방식으로 풀어가야 사람들의 이해가 쉽다는 논지를 펼치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감독은 밝힌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보면서 하느님과 인간사이의 비밀을 알 수 있고 해결 될 수 있다는 논지를 펴고 있지만 자칫 저항감을 불러올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내용은 섹슨 별로 소주제를 갖고 신과 인간의 문제를 기독교 청년 8명이 각자 토론해 가지만 대부분 감독의 논리를 피력하는 형태를 취하는 듯했다. 관객이 여러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판단해서 수긍해 나가는 영화 방식보다도 감독의 목소리가 강하게 어필하게 되는 느낌도 조금은 받는다. 2007년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시작으로 약 90여 편이 넘는 중, 단편 영화를 만들어 왔던 감독의 전력을 본다면 무시할 수만은 없는 특별한 영화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영화엔 인식이 상충될 땐 그 자리를 박차고 동굴밖에 잠시 나갔다 들어오는 행동과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이가 고집을 부리다가 나중엔 호응을 하는 등 작은 사건은 있다. 하지만 캐릭터의 성격 대비를 고조시키는 극적인 사건이나 엄청난 갈등을 유발시키기보다는 논리적이고 철학적으로 증명해 가는 치열한 과정을 통해 믿음만으로만 증명될 수 없었던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간다. 한마디로 재미라는 영화 기법은 배제된 토킹무비다. 하지만 그들의 토론을 듣고 있으면 그동안 많은 궁금증을 제기하던 내용이라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영화 <산상수훈>에서 감독이 주장하는 대로 하나님이란 유일신이지만 인간과 신은 하나라는 신일합일 사유체계를 적용시키며 영화의 주제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용기라고 볼 수 있다. 다분히 불교적인 논리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불교 이전의 우리민족 고유의 원류 사상체계에서 유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천손민족이라 불리는 우리민족의 <천부경>과 <삼일신고> 등에서 이미 단군시대 이전 한웅시대부터 설파한 우리민족의 경전에서 나오는 사상적 원류이자 최근 동학의 인내천으로 이어지는 사상적 줄기이고 현재 헌법에 명시된 홍익이념과도 연결된다. 이런 신인합일 논법을 성경의 여러 부분에서 언급하며 이끌어 내는데 과연 개신교에서 이를 수긍할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대부분 신인합일 사상을 거부하고 하느님은 하느님이고 인간은 인간 즉 종의 신분이지 신과 인간은 하나라는 사유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신이 이미 내 머리에 와 있다’는 우리 고유 경전이나 ‘불성은 모든 곳에 있다’는 불교사상과는 경계가 확실하게 그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서는 하느님의 형상으로 인간을 빚었지만 에덴에서 선악과를 따 먹었기 때문에 모든 신성을 잃어버렸다고 말하고 그 죄를 제거하기 위해 순결한 예수를 아들로 내려 보내 피로 죄를 씻어서 ‘인간이 하느님과 한 몸으로, 우리 속에 하느님이 함께’ 라는 논지를 펼쳐가고 있다.

어떤 모태 기독교 신자가 종교를 버린 이유로 ‘절대 인간과 하느님과는 한 몸이 될 수 없다’는 그 절연의 절망감에 젖어 있다가 우리의 신앙에서 ‘네 속에 신이 내려와 있다’는 <삼일신고> 등에서 영감 받아 과감하게 교단을 떠났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 이러한 사유체계의 이질성은 서양의 합리성 즉 논리개념이라고 내세운 잣대를 대는 것과 동양에서 진리라는 근원적인 사유 차이에서도 기인한다고 윤진영(언어 역사학자) 씨는 말하기도 한다.

논리란 서양의 헤게모니적인 도구이므로 이를 극복하고 그 윗질에 있는 진리 사유 체계로 되돌아와야 잘못된 세상이 바로 보인다는 지적도 덧붙인다. 이런 우리 사상적 원류 즉 원형을 깨닫게 된다면 ‘내 속에서 신성을 찾아 신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신인합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내가 행동해서도 안 되고 신처럼 신성하고 경건하게 살 수 있다는 이론적 배경도 되기 때문이다.

그게 종교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문자하나, 문맥 하나 잘못 해석해서 같은 성향의 종교도 이단, 삼단이 되는 세상에 모든 종교의 근본을 주장하는 것은 참 고난의 길임을 느끼게 했다. 어찌 보면 70억 인구 개개인이 신앙을 갖는다면 모두 다른 자기만의 신앙이 될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종교는 학문적인 것이라 대부분 신앙으로 표현해야 맞을 듯하다.

끊임없이 변하는 게 우주원리인데 고정된 이론으로 무장하고 신과 인간을 정립한다면 항시 변화는 것에서 그것은 오류이고 죽은 이론이 아니겠는가? 하는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신앙의 궁극은 신에게 되돌아가려는 영성 회복이라는 노력이며 '인간 속에 신이 거한다'라는 구절을 성경귀절 중에서 뽑아내면서 혁신적인 이론을 펼쳐가고 있는 점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과연 종교 간의 굳은 경계를 허물고 모두의 마음을 움직일 진리와 믿음을 갖게 될 것인가 하는 기대가 이 영화를 통해 고조되고 있다.

감독 유영의(대해스님)ㅣ출연 백서빈, 최이선, 정준영, 오경원, 탁우석, 박창준, 최현우, 설준수ㅣ제작 ㈜그란 ㅣ배급 이언픽쳐스 ㅣ개봉일 2017년 12월 7일]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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