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얘, 이건 어떠니?”

“이게 좋겠는데, 신축성도 있고 색상도 괜찮아 보여. 입어보렴.”

이것저것 묻고 입어보더니 결국엔 처음 손에 쥐었던 걸로 쇼핑을 마쳤다. 늘 그랬다. 묻지를 말든지. 이것 살까, 저거 어때, 묻다가 결국은 제가 알아 사면서 묻기는 왜 물어서 사람 혼란스럽게 하는 것인지. 저건 결정 장애가 아니라 애정결핍이야.

그런가 하면 한 친구는 그야말로 귀가 얇다. 친구들 훈수마다 기울어져서는 원치 않는 물건을 사 들고 가선 후회한다.

“이건 아닌 거 같아. 다시 다른 거로 바꾸려고 하는데, 같이 가줄래?”

그나마 백화점이나 쇼핑센터는 바꾸기라도 쉽지. 거리물건 사놓고 바꾸러 가기엔 내가 싫다.

한때 눈으로만 하던 아이쇼핑이 한참 대세더니 이젠 사지 못하더라도 옆에서 지켜보는 대리만족 쇼핑으로나마 즐겁다. 쇼핑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 세 군데 이상은 못가고 빠져나가는 친구도 있다. 살 물건이 필요하면 그 층에 곧바로 올라가 매장을 찾고, 그 물건 하나만 사가지고 뒤도 안 돌아보고 빠져나온다.

먹고 보고 입는 모든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새로운 병이런가.

영화 한 편에 그 상영관만 찾아들던 예전보다 지금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선택의 폭이 커졌다. 그것이 문제로다. 먹는 것도 다양하고 입는 건 지천에 널렸다. 결정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잘못한 것 같아 또 불안하고 걱정이 많다. 더 좋은 게 있을 것 같아 기다리다 망설임이 놓치는 경우도 있다.

“난 다르게 하는 것 보다 같이하는 게 더 편하더라. 여행도 팩캐지가 더 안전하고 배낭여행은 말도 안 통하고 잘못하다 납치라도 당하면 어쩌니?. 남 들고 다니는 가방도 좋아 보여서 난 사진 찍어놨다가 그거 찾아서 산다.”

“개성 없게 남 따라 하니. 그러니 한꺼번에 몰려서 구경도 제대로 못 한다고. 그거 얼마나 고달픈 건데. 엣찌 있게 살아야지.”

그 많고 많은 것 중에 내 것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내 것이라 사고 나서 보면 다른 사람도 같은 걸 갖고 있을 때, 내 물건은 희소가치가 떨어지는 거다. 그래서 한정판을 원하고, 그 한정판 역시 한정된 사람들의 몫이다.

오늘도 거리를 헤매고, TV속 홈쇼핑을 돌고 돌며 내 것 찾기에 여념이 없다. 지름신은 수시로 내려오고, 질러놓고선 다시 바꾸고.

이게 인생이잖니!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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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