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초겨울 길목에서 한해를 다 보내는 마음에 희비가 교차한다.

흐린 하늘처럼 우울해지는 날이 유난히 많아지는 계절이 그래서 지금이 아닌가.

“영화 보러 갈까?”

“웬 영화?”

“그냥 영화 본지 오래 된 것 같아서…”

가끔 한번 뜬금없는 말을 꺼냈을 때 ‘예스’라고 선뜻 응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영화를 본다거나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지친 자아를 찾아 쉬고 싶을 때가 되어서가 아닌가 싶다.

작은 일탈로 뇌를 쉬게 하는 일, 그렇게라도 자아를 찾으며 나를 쉬게 하고 싶다.

“오늘 맛있는 거 먹어 볼까?”

“오늘은 어디로 훌쩍 떠나볼까?”

“오늘은 영화 한 편 볼까?”

이렇게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 하지 않는 것, 그 소소한 일탈 속에서 자아를 찾는 길은 내 안에 있는 것 같다. 그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에…

이제 또 낙엽의 전설이 될 2017년 가을의 문을 닫고 겨울, 눈을 맞이한다.

낙엽들의 전설

가자
저물녘 약해진 노을의 감정이
바다를 닫을 때
한 줌의 짙은 입맞춤을 남기고서

언제든 돌아와 누워도
차가운 땅처럼
아름다운 무덤은 없을 것으리

이제 전설이 되어 갈 어디쯤에서
용서의 키스를 남기고
너는 잠들까

천천히 숨을 쉬며 나는 걷는다
취기 가신 세상의 끝에서
아직은 가을인 저 들판을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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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