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향 詩수다 56화] 현실 그 아이러니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어머! 목소리가 참 예쁘세요. 삼십대 같아요.”

그래 목소리라도 젊어 보이면 좋지.

가끔씩 햇볕 쨍한 날 밖에서 거울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너는 누구냐, 싶을 만큼 낯선 여자가 보이니 말이다. 잔주름이 투명하게 보이는 거울 속 얼굴…….

그제야 내 나이가 제대로 보이는 것 같아서 가감 없는 현실을 실감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아마 자위의식에서 나온 위로가 아닐까 하면서도 스스로 또 그 말에 기댄다.

거울 속과 현실 사이의 괴리.

어찌 보면 누구나 다 그 괴리 사이에서 자만하고 만족하는 것은 아닐까. 상상 그 너머는 화려하지만, 현실의 거울은 늘 냉정하니 말이다.

그래도 감사할 일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씩 자신만의 장점이 있을 테니까. 그 한 가지가 또 상상 너머 화려함으로 나를 빛나게 할 테니까.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용기가 될 테니까.

사는 일이 쓸쓸할 때

사람 없이 혼자로도 행복하고 싶을 때
오후가 밀려드는 강가에 가 보라
거기 무수한 혈흔의 그리움 숨어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는 쓸쓸한 행복
조금 보일지도 모른다

사랑 없이 혼자로도 충만하고 싶을 때
빛살 가득 화려한 저녁 바다로 가 보라
거기 끊을 수 없는 절망까지 노을에 타는
눈부신 허무가 표 안 나게 쏟아져
씁씁한 소망 하나 수줍음도 없이
내가 던진 무수한 말에 물들어 갈 것이다

이제는 가슴 다 닳아버린 너처럼

미칠 듯 갑갑한 열정이 발갛게 터져
벌어진 틈새로 사랑은 졸고
어느 날 문득
사람 없이 사랑 없이
행복할 수 있는 걸 익히게 되는
사는 일이 쓸쓸하게 될 때

나는
농익은 나이가 들고
이별을 하고
바보가 될 것이다

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