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민 푸념에세이 55화] 사는 게 꿈이었나?

폐‧휴지나 안 줍고 사는 게 꿈 노경민 수필가l승인2017.11.15l수정2017.11.15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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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나는 커서 승무원 되고 싶어. 세계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좋잖아. 너는?”

“난 연예인. 텔레비전에 나오고 공연하러 외국도 가고.”

“안 돼.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연예인은 밤새 촬영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사람 많은 데는 갈 수도 없대.”

버스 안 앞좌석 두 꼬마 숙녀가 이야기 중이다.

내 어릴 적 꿈은 간호사였다.

할머니의 아픔을 보고 왜 의사보다 간호사를 택했을까? 그땐 간호사에게 백의의 천사라는 말이 듣기 좋았다. 중학교 가면서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들어가선 학교 교지에 글이 실리면서 글 쓰는 사람이 자랑스러웠다. 사회에 나와선 건설회사에 다니면서 건축설계를 배우려 하니 아버지는 극구 반대하며 여자 팔자 세진다고 남편 바라보며 사는 것이 최고라 했다. 그때 배웠더라면 난 전문가로 살았을 텐데...

“꿈. 그런 게 어딨니? 먹고 살기도 바빴는데. 그저 오늘 학교라도 가면 다행이고 삼시 세끼 챙겨 먹으면 배부른 날이지.”

하긴 자식들 다 키워놓고 보니 나는 간데없더라. 뒤늦게 돌아보니 살아온 것이 허망하고. 뭘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꿈꿔 봐? 그런다고 이 나이에 판‧검사가 되겠어. 모델이 되겠어.

“현모양처. 그 꿈 꾼 애도 있었어. 그런데 무능한 남편 만나 손에 관절염이 오도록 일만 하느라 사니 안 사니 한다.”

여행이나 다니고 손자나 보고 아프지 말고 늙는 게 꿈이다.

그러기엔 너무 길지 않냐? 백세시대인데. 이제 더 겁날 게 뭐가 있어. 해보고 싶었던 거 해보는 거지. ‘가지 못했던 길’에서의 망설임, 후회하지 말고 가 보는 거야.

젊어서 먹고 살기 바빠 못했던 공부나 다시 해볼까 싶어. 손자보다 보니 필요한 공부도 많아. 동화구연도 좋고, 영어 기초도 다시 해보고 싶다고. 자격증도 따고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걸 애들에게 들이대기만 했던 것 같아. 그도 뜻대로 되지 않았지. 허구헌날 애하고 싸우고, 입시 위주에 취업잘 돼야 한다고만 했다. 저 나처럼 고생할까 싶어서 그랬던 건데, 다 소용없는 짓이지.

폐‧휴지나 안 줍고 사는 게 꿈이다.

놓친 시간이 저리다. 돈 때문에 힘들지 않고 건강이 발목 잡지 않기를 소원한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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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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