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아침보다 조금 더 붉어진 단풍이 그야말로 파란 하늘 아래서 가을의 중심을 받치고 있다.

누구의 작품이 저리 아름답게 색을 칠 할 수 있을까?

국문과를 갈까? 미대를 갈까? 한 때는 좋아하는 분야를 놓고 고민한 적도 있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야 말았지만, 지금도 그때의 미련이 남아서인지 그림을 그려본다.

처음에는 그저 취미 삼아 그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욕심이 생겨서 전문가용 화구들을 사기 시작 했다. 혼자 연습 삼아 그리는 도구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많은 종류의 화구들이 쌓이게 된다.

모르는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인터넷이나 유투브를 검색하면 도움 되는 자료가 많으므로 ‘그림 혼족’이 되어 혼자 배우고 혼자 익힌다.

계절이 가을인 만큼 가을 풍경이나 들꽃 그림들이 스케치북 안에 제법 쌓이고 있다. 무엇인가에 빠져 연습하고 익힌다는 것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오늘 밤도 깊어가는 만추를 욕심껏 담고 싶은 마음이 달구어진 손끝에서 방황한다. 멋지게 물든 만추의 색채와 시어(詩語)를 찾기 위해.

만추(晩秋)

제 아집을 못 이겨
추락하는 계절 끝의 나뭇잎도
기억 속 어느 날처럼
꼭 한 번씩 내게
딴지를 거네

홍시 빛 하늘이 와르르 쏟아져
지나가는 바람소리마저
체증을 만들고

꼭꼭 체한 눈물만큼
가슴에 얹히는
아아, 네 병명은
만추(晩秋)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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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