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번홀 티샷 후 볼의 방향 살피는 배상문과 저스틴 토머스(미국)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하나만 잘해서도 안 되는 골프는 묘한 운동이다. 멀리 날아가도 정교함이 없으면 안 되고 정교함이 좋아도 거리가 짧다면 안 된다.

19일 PGA(미국프로골프) 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이하 CJ컵) 대회가 열린 제주 서귀포시 나이브릿지골프클럽(72)은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였다. 정교함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지난해 페덱스컵 1위 저스틴 토머스(미국, 세계랭킹 4위)는 첫날 이글에 버디 쇼를 연출하며 갤러리들에게 화려한 골프를 선보였다. 코스는 한국 선수보다 장타를 치는 PGA 투어 선수에게 유리한 코스였다. 토머스는 장타자에다 정교한 기술까지 갖춰 셰프(chef)처럼 코스를 요리했다.

한국선수가 대적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토머스의 상대는 날씨뿐이었다. 날씨가 나빠져야 하고 삼신할미의 심술로 바람도 잦아야만 했는데 뒤바람은 오히려 토머스의 드라이브샷에 응원가를 불렀다.

“날씨가 변덕스러워야 기회가 올 것 같다. 차라리 바람이 많이 불었으며 싶다”고 속내를 드러내는 선수도 있을 정도다. 한국선수들은 PGA 투어라는 커다란 산 앞에 위축되어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 아쉬웠다. 경험미숙에다 들뜬 마음에 덤비기까지 했다.

한국선수들의 성적은 4언더파를 친 김민휘(25) 공동 12위, 맏형 최경주(47) 공동 20위(3언더파), 김시우(22), 김경태(31) 공동 30위(2언더파), 배상문(31), 최진호(33), 이경훈(26), 안병훈(26) 공동 38위(1언더파)로 언더파를 치며 그나마 선전했다.

대회를 마치고 배상문과 김시우를 만나 소감을 들었다.

▲ 김시우

▲ 첫 라운드를 마친 소감?
김시우 우선 오늘 한국에서 첫 PGA투어에 출전해서 기쁘고 한국 팬 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어서 좋은 하루였다. 플레이는 만족스러운데 찬스도 드라이브샷 미스도 많아 아쉽긴 했다.

배상문 세계적인 선수들과 홈구장에서 플레이 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미국에 가서 플레이 한 기억이 나기도 하고, 한국 남자골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 김시우 질문 몸이 안 풀린 모습이다. 후반 만회하는 모습도 보였고 스폰서 대회, 팬들의 압박감 등으로 실수가 있는 것인지?
한국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한다는 부담감, 스폰서 대회, PGA투어가 한국에서 열리다니 마스터즈 나갔던 때 보다 더 떨렸다. 초반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응원의 힘을 보고 많은 힘이 되어 잘 끝낼 수 있었다.

▲ 배상문 질문 같이 친 토머스 선수를 보면 장타자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다른 대회에 비해 이 대회가 장타자들에게 유리한 지?
장타자는 어느 코스에서든 항상 유리하다. 대신 얼마만큼 볼 컨트롤과 페어웨이를 찾느냐가 관건인데 토마스는 둘 다 완벽했다. 몇 번의 미스도 있었지만 파5에서 두 개의 이글을 잡았다. 드라이버는 생각하고 목표한대로 쳤다. 장타자에 정교하기 때문에 이글이 나오는 것 같다. 파4에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로 실수 없이 퍼팅 찬스를 만드는 것을 보고 역시 월드 클래스다운 인상을 받았다.

▲ 배상문 질문 전성기에 비해 현재 수준이 어느 정도?
기량은 오늘 1언더파 기록한 것도 터닝포인트다. 이번 대회 어떤 플레이를 하는 지가 중요하고 우선 라운드 경험이 많아야 골프가 좀 익숙해 질 것 같다. 첫 티샷 바람과 거리 등이 연습 때와는 달랐다. 예전보다 잘 치고 싶다.

▲ 배상문

▲ 배상문 질문 토머스와 페레즈 조에서 경기하며 두 선수가 선전할 때 느낌은?
초반 흔들리는(10번홀 보기) 듯한 토머즈가 이글(12번홀)에 줄버디(14번~17번홀) 다시 이글(18번홀)을 잡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톱스타의 면모를 보는 것 같았다. 주눅보다는 마음이 급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첫날인데도 불구하고 중간에 삐끗한 것도 있었지만 정신줄 잘 붙들어 놓은 것 같았다. 오늘 만족스러운 라운드였다.

▲ 김시우 질문 더블 보기 상황을 설명한다면?
12번홀(파5)에서 첫 버디하고 스코어보드를 보며 스코어를 많이 의식했던 게 곧바로 13번홀(파3)에서 보기 실수로 마음이 불편했다. 14번홀(파4)에서도 더블보기로 이어졌다. 내일은 스코어 보지 않고 플레이에만 열중해야 할 것 같다.

▲ 김시우 질문 어제 제이슨 데이가 기자회견 하면서 김시우 선수와 즐겁게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랬는지. 대화를 나눈 게 있다면?
메모리얼 대회 이후 프레지던츠컵에서 만났는데 이전보다는 많이 가까워진 것 같다. 좋은 샷 치면 격려해주고 저 역시 세계적인 선수에게 좋은 샷 많이 보고 배웠다.

▲ 마운틴 브레이크를 느꼈는지? 코스가 다른 곳에 비해 어땠는지?
김시우 첫 경험 골퍼들은 까다롭다고 하는데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제주에서 시합을 많이 해 그런지 까다롭긴 하지만 조심할 부분을 알아서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배상문 마운틴 브레이크,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스피드가 중요한 퍼팅은 감안해서 쳐야 한다. 10번 홀은 라인을 넘어가고, 1번 홀은 오르막이라 생각했는데 3~4m를 지나갔다. 브레이크에 방심하지 않았나 싶다.

▲ 배상문 질문 경기 감각이 예전같지 않아 긴장돼 보인다. 플레이에서 안 되고 미흡한 부분은?
드라이브샷은 잘 쳤고, 아이언도 초반 몇 홀 이후에는 만족스러웠고. 퍼팅은 반반이다. 100점 만점에 50점, 55점 정도다. 긴장감도 믿지 못하고 치는 부분도 있었다. 연습 실컷 해놓고 주저하게 되는데 실전감각이 필요한 것 같다. 실수든 성공이든 경험의 중요성이 새삼 그립다.

▲ 저스틴 토머스(미국)의 9번홀 세컨샷

▲ 김경태의 3번홀 드라이브샷

사진제공=KPGA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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