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현명하고 지혜로운 플레이 끝에 고진영(22)이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생애 첫 승을 기록하며 미국무대 진출의 꿈을 이뤘다. 정작 본인은 진출여부에 대해 고민 중에 있다.

15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 6,31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최종라운드 고진영은 보기 2개, 버디 6개를 잡고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68-67-66-68)로 챔피언 조에서 함께 경기를 펼친 박성현(24)과 전인지(23)를 제압하고 감격스런 우승을 일궈냈다.

2타차 선두로 출발한 고진영은 초반 2~3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선두를 내줬지만 5번홀(파5)에서 버디, 7번~9번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위기를 극복하고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을 보였다.

LPGA 비회원으로 참가한 고진영이 이번 대회 우승으로 2회 안시현(2003년), 4회 이지영(2005년), 5회 홍진주(2006년), 13회 백규정(2014년)에 이어 다섯 번째 미국 무대로 직행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대회를 마치고 고진영과 인터뷰를 가졌다.

▲ 대회 사상 최저타(19언더파)를 기록했다. 초반 보기 2개 범했는데 그 뒤 플레이 상황은?
초반에 보기 2개를 범해 너무 놀랐다. 하지만 골프는 끝까지 모른다는 것을 느꼈다.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 혼자 긴장했던 것 같다. 조언을 받으면서 어떤 상황이 와도 스스로 기회는 올 거라고 되뇌면서 플레이했다. 하나님이 도와주신 것 같다.

▲ LPGA 첫 우승이고 박성현(세계랭킹 2위)를 따돌렸다. 우승의 의미는?
오늘은 의미 있는 라운드였다. 인지, 성현언니가 한국에 있을 때 의도치 않게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번 역시 우승 기회가 왔지만 크게 욕심내지 않았다. 언니들이 워낙 잘 치는 선수이고 나보다 세계랭킹이 훨씬 높기 때문에 많이 보고 배우는 느낀 점이 많았던 대회였다.

▲ LPGA 우승을 한국에서 했다. 우승의 의미는, 최종라운드 갤러리들이 많이 따라다녔는데 기분은?
한국에서 우승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별다른 기분을 못 느꼈다. 내가 처음으로 우승한 LPGA 대회가 고국에서 열린 대회라서 좀 더 뜻 깊은 것 같다. 갤러리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인지, 성현언니 팬층이 얼마나 두꺼운지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 다들 “성현언니 파이팅, 인지언니 파이팅”하는데 나는 없어 조금 속상했다. 그렇지만 기독교인 천만 명이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던 것 같다. 나에게 있어 좋은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14번 홀에서 굉장히 어려운 2퍼트를 성공했다. 상황은?
볼은 러프로 갔고 언니들은 그린 위 좋은 위치에 있었다. 나는 러프였기 때문에 진짜 어려운 샷이라 생각했는데 잘 친 샷이었다. 연습 때도 해보지 않았던 장소에 공이 가서, 퍼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생각보다 첫 퍼팅이 잘됐고 사실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다. 그냥 들어갔다.(웃음)

▲ 우승을 확정지었을 때 기분은?
어제 저녁부터 너무 긴장을 많이 했다. 그냥 스스로 후회 없이 한 플레이에 울컥했다.

▲ LPGA 직행 티켓을 따냈다. 올 시즌부터 LPGA 투어 진출과 내년 개막 후 진출이 있는데 선택은?
아직은 모르겠다. 다음주 KLPGA 대회(KB금융 스타챔피언십)가 있어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단 내일부터 일정이 있어 확답을 드리진 못하겠다.

▲ 초반(2~3번) 보기로 동타아 역전을 허용했다. 당시 심정과 극복 과정은?
2번, 3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했다. 2홀에서 유독 바람이 많이 불었고 클럽 선택과 바람도 제대로 체크를 못했다. 선두를 내주고 굉장히 힘들게 플레이했다. 내 스스로에게 관대하게 생각하면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 대신 쳐 주세요’ 하며 속으로 기도했다.

▲ 11번 홀에서 짧은 퍼트를 놓친 다음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그때 심정과 남은 KLPGA대회 준비는?
자국이 있었다. 디보트인지 정확하게 확인하려고 인지 언니에게 물어보니 잔디가 녹아서 울퉁불퉁한 것 같다고 했다. 캐디인 딘도 그렇게 보인다고 해서, ‘그렇구나’ 하고 쳤는데 퍼팅라인을 잘못 봐서 안 들어갔다. 사실 충격이긴 했다. 현재는 KLPGA에서 뛰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남은 대회에 좀 더 집중을 해야 할 것 같다. 나의 팀원 그리고 부모님과 충분히 고민한 후에 결정을 해도 될 것 같다.

▲ 7번홀, 박성현 선수가 3퍼트로 파에 그쳤고 고진영 선수는 5m 버디퍼트 성공 후 8, 9번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당시 심정은?
성현 언니가 거리가 많아 투온하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핀의 위치가 어려웠고 세 번째 샷을 잘 쳤다. 언니가 이글 퍼트를 공격적으로 했다. 그래서 나는 안정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퍼팅을 했는데 내 계획대로 홀인이 되어 좋았다.

▲ 승부처는 어디였나?
후반 시작하면서가 승부처라고 생각한다. 14, 15, 16번 홀이 정말 중요했다고 본다. 이 세 홀이 승부처가 된 것 같다.

▲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앙생활은?
오늘도 일요일이니 교회에 갔어야 했는데 못 갔다. 이번 주 저녁마다 유투브를 찾아 영상을 보고 믿음이 깊어졌다. 유투브에 ‘성경이 옳다’라는 영상을 많이 찾아보면서 성경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고 있다.

▲ 초반 긴장하며 캐디(딘)와 이야기 많이 했다고 했다. 딘은 경험 많은 캐디인데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딘은 굉장히 냉철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친구이다. 그래서 가끔 무서울 때도 있다. 딘과 나는 정말 좋은 궁합인 것 같다.

사진제공=KEB하나은행 대회본부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