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연재36] 셰익스피어가 들려주는 두 개의 장례식을 위한 발라드

우리 하마터면 총 맞아 죽을 뻔했어요 김기은 소설가l승인2017.10.09l수정2017.10.0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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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김기은 소설가] "후유~ 안 가길 잘 한 거예요. 우리 하마터면 총 맞아 죽을 뻔했어요“

나는 엄마에게 시문 기사를 읽어주며 과장되게 몸서리를 쳤다.

“혹시라도 엄마가, 저거이, 내 동생 같다하고 금지구역도 잊고 누굴 쫓아갔어요, 그럼 총 맞는 거지. 또 가족들 안부를 알아보겠다고 누굴 붙들고 캐묻다가 주소를 적어주거나, 아님 저기 보이는 저기가, 옛날에 네 이모랑 갔던 데 아니가"하고 금지구역을 향해 뛰어갔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나는 엄마를 잡으려고 또 쫒아가고, 그러다가 총 맞아 죽는 거지.”

나는 엄마의 실망감을 위로할 겸 이솝우화의 “신포도”이야기 식으로 신나게 떠들어댔다.

엄마가 몸져눕다시피 한 것은 그러고도 몇 년이 지나서였다. 골다공증으로 등뼈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 평생 수십 년을 햇볕도 못 받고 늘 방안에서 꼬부리고 앉아 삯바느질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해가 가도 여전히 금강산은 뚫리지 않았다. 그제야 엄마한테 죄송했고, 후회스러웠다. 움직일 수 있을 때 모시고 갔어야 하는 건데. 식사 때면 바느질을 잠깐 밀쳐놓고 물 말은 찬밥에 김치쪼가리를 놓고, 쫓기듯이 허겁지겁 입안에 퍼 넣었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 마른 밥을 먹어야 오래 산데요. 물 좀 말아먹지 마."

그때마다 엄마는 그랬다.

"입이 말라서 그런다."

그러면 그런 줄 알았다.

감기가 심해도 몸이 아파도 늘 일을 했다.

“일손을 놓고 누워만 있으니 온 삭신이 다 아프다. 일을 해야 아픈 줄 모르는데. 내가 원래 일손을 놓으면 안 아픈데 없이 다 아팠다”

엄마가 그러면 또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훗날 생각해보니 일할 때는 너무 힘들어 아픈 데를 모르는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런 엄마에게 그깟 금강산 구경 약속 한번 못 지키다니. 내 잘못도 있지만 한편은 오빠가 더 원망스러웠다. 엄마가 저한테 어떻게 했는데.

자리를 보전하고 눕고부터 엄마는 부쩍 '나 죽으면 화장시켜라'는 말을 자주 했다.

집에 가서보면 엄마는 등이 아프다고 옆으로만 누워 있었다. 빈 방에 혼자 벽을 보고, 작은 요 위에 누워있는 모습이 정말 한 마리 새우 같았다. 벌레로 변신한 변신 속의 그레고리 같기도 했다.

엄마는 점점 말라갔다. 병원서는 노환이라고 했지만 보통의 그 정도 된 주변사람과 비교해보면 아직 노환이 올 나이는 아니었다. 늙음 병이라, 그것은 암 보다도 더 천청병력 같은, 전혀 회생 가능성이 없는 병명이었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했고 약이 아무래 좋다 한들 '늙음'을 무슨 수로 고쳐 '젊음'으로 만든단 말인가? 골반에 종기가 나도 낫지를 않았다. 곪아서 치료를 하니 새 살이 나질 않아 구멍이 뚫려 안으로 훤히 뼈가 보였다.

“어서 빨리 기운 차리세요, 엄마 일어나면 진짜로 금강산 여행시켜 드릴게.”

“못 가게 됐다며”

“또 뚫리겠지. 현대에서 거기 쏟아 부은 돈이 얼만데 그냥 놔두겠어요.”

속빈 약속일망정 엄마한테 희망을 주고 싶었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정말 다시 갈 수 있겠냐?"

"당연 갈 수 있죠."

하지만 나도 모르는 거였다.

"그래 되면 얼마나 좋겠냐."

"그러니까 기운차려요, 죽더라도 금강산이나 갔다 와야 죽어야 한이나 안 되지"

“어휴! 일 없다! 금강산 가서 뭐하냐. 속만 시끄럽다. 형제들 얼굴을 보는 것도 아니고, 고향땅을 밟는 것도 아니고.”

“그럼 백두산 가요. 거기가 길주랑 훨씬 가깝잖아”

“가깝지”

엄마가 환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또 딴소리를 했다.

나 죽으면 더 이상 제사 지내 줄 사람 없어 어쩌느냐. 네 올케는 교회 갈 테고, 가시나들 만 셋인데, 그 제사를 누가 지내겠냐. 네가 지낼래.

“내가 왜 지내요.”

그렇게 얘기가 삼천포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버지 제사와 삼촌제사, 엄마의 친정부모 제사까지 다 지내야 했다. 그런데 진짜 제삿날은 삼촌뿐, 나머지는 돌아가신 날을 몰라 전부 생신날이 제삿날이었다.

엄마가 불안해하기 시작한 것은 북한에 김정은이 집권하고서였다.

“그놈이 어려서 천방지축이다. 전쟁나면 어쩌느냐”

“엄마, 빨갱이든 파래든 어차피 다 우리민족이잖아. 미국 중국만 안 끼어들면 피터지게 싸우더라도 해결은 될 거 같아. 막말로 쟤들이 핵을 들고 협박을 해서 우리가 항복했다 해요. 그러면 어쨌든 통일은 될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쪽도 지금 같이는 못하지. 세계화로 인터넷과 스마트 폰으로 무장 한 남한사람들의 눈귀를 어떻게 가려. 분명히 베트남이나 필리핀처럼 될 거라고요.”

“얘가 무슨 큰일 날 소리를! 정신이 있냐. 없냐.”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허공으로 손을 휘둘렀다.<계속>

김기은 소설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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