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이번엔 어떻게 관객을 모독할래? 극단76 ‘관객모독’ 논산 공연

관객 목마름, 연출자 시각과 배우들의 돌발성 언어 희열 ‘난장미학’ 윤상길 칼럼니스트l승인2017.10.06l수정2017.10.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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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윤상길 칼럼니스트] 연극인이라면 꼭 서고 싶은 무대, ‘로망’과 같은 무대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기본이고, 부조리극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언어극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 등이 그렇다. 연극인에게는 ‘꿈의 무대’이다. 작품을 해석하는 연출가의 시각은 늘 논쟁을 불러오고, 어쭙잖은 연기력으로 이 무대에 섰다가는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한국식 영어이지만 이들 작품은 스테디셀러 연극이다. 스테디셀러는 출판계에서 사용해온 용어이지만 요즘에는 연극, 영화, 방송계에서도 거부감 없이 쓰이고 있다. 오랫동안 꾸준히 일정한 숫자 이상의 관객이 감상하는 작품이라면 스테디셀러 연극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시리즈물로, 방송에서는 시즌작으로 통한다. 그러나 영화와 방송이 각각 다른 내용을 다루는데 비해 연극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원작에 충실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테디셀러 연극은 ‘고전’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고전극’과 ‘스테디셀러 연극’은 같은 개념으로 보기 어렵다. 고전극은 관객 숫자와 관계없이 연극사(史)의 전개 과정에 영향을 끼친 의미 있는 작품을 뜻한다. 따라서 고전극이 스테디셀러 연극에 속할 수는 있으나 모든 스테디셀러 연극이 고전극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원작의 ‘작품성’과 연극인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완성도’에 있다. 두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측면에서 위에 예로 든 ‘관객모독’은 한국 연극계 입장에서는 ‘스테디셀러 연극’이며 이제 ‘고전극’의 위치에 둘만한 작품이다.

‘관객모독’의 가을 공연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험극 공연을 고집하는 ‘극단 76’은 2017년판 ‘관객모독’을 오는 12일 충남 논산시 논산문화원 다목적홀 무대에 올린다. 공연은 22일까지 계속된다. 지방도시에서 공연되는 데도 전국 각지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예매 상황 또한 분주하다고 주최 측은 전한다. 그만큼 이 연극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높다. ‘좋은 연극’에 대한 관객의 목마름이다. 연출자의 시각에 따라 공연 때마다 새로운 해석이 등장하고, 극의 흐름에서 나타나는 ‘돌발성’을 연기하는 배우들에 대한 기대 또한 높기 때문이다.

올해 공연은 여러 이유로 지난 시대의 ‘관객모독’에 비해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96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된 ‘관객모독’은 한국에서는 1978년 ‘극단76’에서 초연되었다. 40년 전의 일이다. 그래서 올해 공연에는 ‘관객모독 40주년 기념’이란 타이틀이 붙었다. 1976년 창단된 ‘극단76’은 출범 2년차에 이 연극을 공연하면서 “기존 연극 틀에서 탈피한 실험극의 일종인 언어극이라는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초연 때의 멤버들이 40년이 지난 2017년 공연에 대부분 참여한다는 사실도 특별하다. 20대 겁 없던 청년배우들이 이제 노련미로 무장한 60대 배우가 돼 농익은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니, 그 변화가 주는 포만감은 ‘좋은 연극’에 목마른 관객의 갈증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하다. 초연 때 무대를 지휘했던 기국서 연출가가 당시의 배우 기주봉 장재진을 비롯한 전수환, 이달형, 한다현 등 출연배우들의 명품 연기를 이끈다.

이번 공연의 제작자로 영화감독이 나서 프로듀싱까지 맡았다는 사실도 이채롭다. 진명 영화감독이다. 진명 감독은 자신이 제작 감독한 영화 ‘천사의 시간’개봉을 앞두고 있다. 진 감독은 이 영화에 어려운 시간을 쪼개 출연해준 배우 기주봉과의 인연으로 ‘관객모독’에 참여, 제작에서 허드레 일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가 공연지로 논산시를 선택한 것도 이 지역 출신이라는 홈그라운드 이점을 살리고자 함이다. 진감독은 논산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도 일정 조정 중이다. 대학로의 젊은 연극인들이 선배들의 공연을 위해 스태프로 참여한 모습도 보기 좋다.

‘관객모독’은 스포일러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작품이다. 4명의 배우가 의자에 앉아서 한 명씩 돌아가며 즉흥적으로 말을 쏟아내며, 그 말들은 전부 언어유희나 모순 등으로 떡칠되어 배배 꼬여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말의 수위가 점점 과격해지는 게 특징이다. 말하는 대상이 사회, 문화 등에서 관객으로 옮겨가고, 갈수록 관객에게 욕하는 수위가 높아지다가 나중에는 관객들에게 별별 해괴한 연기를 보여준다.(나무위키 일부 참조)

‘관객모독’은 의외로 재미 포인트가 많다. 지난 40년의 공연 중에 관객이 가장 많이 꼽는 포인트는 배우들이 말하는 뭔가 배배 꼬인 말들이다.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살았던 시대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같은 말들을 배우들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여기에 “배우들로부터 욕을 먹는 게 시원하다”는 관객도 여럿 있다. 마조히즘이 작용한 탓일까.

‘관객모독’ 40주년 기념 공연, 이번엔 어떤 말풍선이 터질는지, 관객은 어떤 모욕을 당할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관객모독’을 랩뮤지컬로 만들었던 배우 양동근은 공연이 끝난 후 “어우! 시원하다” 한마디로 출연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배우도 관객도 ‘관객모독’ 논산 공연에서 가을바람처럼 ‘시원한’시간을 즐기기를 기대해본다.

윤상길 컬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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