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이 불안하고 시합에선 OB, 해저드만 보이고 우승만이 성공인데 막막하고, 골프는 재미없으니 계속해야 맞는 것인지 매일 울고 싶을 따름이다. 실제 선수들 중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부정과 긍정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하다.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Double A-P 시스템’은 분석(analysis)-불안(anxiety)-집착(preoccupation)으로 이어져 온갖 부정적 심리상태를 자아내는 악순환 과정이다. 오래시간 레슨을 받아보기도 하고 또 연습도 열심히 해보고, 이렇게 아무리 구력이 길다하여도 이루어질 수 없는 꿈 앞에 한 없이 무너지고 만다. ‘마지막이다, 조금만 더 참자, 더 열심히 하자’ 이러한 다짐은 또 다른 상처를 남기고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다짐에 이물이 난다. 골프는 점점 복잡해지면서 ‘그토록 어렵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진정 내가 할 수 없는 일인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은 점점 자신감을 앗아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골퍼는 ‘절망’을 느끼고 ‘좌절’을 느낀다. 그리고 결국 ‘포기’라는 수순을 밟고 만다.

필자는 이모든 것을 ‘절망, 비관, 좌절’과 같은 사전적 의미보다는 ‘과거지향적인 부정 에너지’로 정의하고 싶다. 에너지는 곧 힘이다. 그 힘은 좋은 것도 나쁜 것으로 만들고 나쁜 것은 더욱 나쁜 것으로 만드는 특별한 묘약과도 같다. 이것은 대수롭지 않은 실수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어쩌다 한번 나온 굿샷에 잘 맞았다고 욕까지 해댄다.

롱퍼팅이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늘 자신에게 인색했던 행운에 입술을 차기도 한다. 만족할 만한 스코어를 기록하고서는 ‘오늘은 이랬으니까 내일은 아닐 거야’ 하고 애써 나쁜 생각을 일삼는다. 생각이 항상 과거에 빗대어져 과거에 대한 한탄으로 가득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거지향적 에너지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언제나 잘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면서 어쩌다 한 번 나온 성공 플레이마저 자기 것이 아닌 양 치부하는 그러한 마음의 상태이다.

이러한 마음의 상태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원인파악에 급급하고 실패에 대한 경험을 상기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여기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는 말! 정말 그럴싸하고 당연한 말이지 않은가? 그러나 여기에도 무의식 속에 자기도 모르는 패배의식이 존재한다는 사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였으리라. 이와 반대로 ‘미래지향적 긍정 에너지’는 철저하게 과거를 경계한다. 실수에 대한 기억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삭제 처리하고 오로지 성공플레이만 기대한다. 좋지 않은 기억, 머릿속에 있어봤자 좋을 것 하나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잭 니클라우스의 퍼팅에 관한 일화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잭은 어느 강연에서 “나는 대회의 마지막 홀에서는 쓰리퍼팅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여기에 청중에 있던 한 남자가 반론을 제기한다. “지난 대회 마지막 홀에서 분명히 쓰리퍼팅을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어찌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요?”하고 말이다. 이에 잭은 말한다. 단호하게 “난 기억에 없다” 남자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당시 대회 녹화 테이프를 보내주겠다고 하지만 잭은 그럴 필요 없다고 하면서 강연장을 뜨고 말았다. 그 남자는 강연장에 같이 있던 저명한 스포츠 심리학자 밥 로텔라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잭이 이상하지 않아요? 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지요? 당신은 설명할 수 있습니까?”

“골프를 어느 정도 치나요?” 로텔라 박사는 남자에게 묻는다.

“핸디캡이 16정도 됩니다” 남자가 대답한다.

“만약 당신이 쓰리퍼팅을 했다면 그것을 기억하고 인정하겠습니까?”

“물론이죠” 남자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이에 로텔라 박사는 이렇게 되묻는다. “당신은 핸디캡이 16인 골퍼이고 잭 니클라우스는 당대 최고의 프로골퍼입니다. 그런데 잭이 당신과 똑같이 생각하길 바랍니까?”

출처-《골프 완벽한 게임은 없다, 루비박스》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 해도 출발 자체가 과거지향적인 부정적 에너지이다. 이것은 애당초 실패를 상기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치명적이다. 이렇게 치명적인 차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이유는 똑같은 수행을 하더라도

‘기억에 있는 실패를 안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단순히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성공수행을 믿는 것’

이 둘 간에는 다른 심리기전이 작용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수행에 대한 성패가 판가름되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 지나간 일을 들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Double A-P 시스템은 이렇듯 부정적 에너지를 애써 쥐어짜내는 악순환의 체계를 이루고 있다. 결국 골프를 참 재미없게 만든다. 더욱 좋지 않은 것은 ‘나는 골프에 소질이 없다.’ ‘여태 헛고생만 했다.’ ‘죽고 싶다.’라는 자학적인 생각으로 실망→좌절→절망→포기라는 수순을 밟게 된다. 골프가 삶에 괴로움이자 스트레스의 원흉이며 불행의 씨앗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Double A-P 시스템의 악순환 과정에서 생성되는 보이지 않는 힘! ‘부정마인드’이다.

필자와 상담을 시작하는 선수들 중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한 선수들이 있다. 그들은 이렇게 자신의 처절한 심정을 토로한다. 바로 Double A-P 시스템 한 가운데에 머물러 있는 상태가 이런 마음이 아닌가 한다.

“샷이 항상 불안하고 시합만 나가면 OB, 해저드만 보여요. 프로 나가서 우승해야 성공할 텐데 너무 먼 느낌이에요. 막막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골프가 너무 재미없어요. 계속 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안 맞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매일 매일 울고 싶어요.”

“드라이버만 잡으면 겁이 납니다. 또 OB가 나지 않을까. 정말 열심히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요. 한 때는 새벽 5시에 나와서 밤이 되도록 연습을 한 적도 있어요. 간혹 시합이 끝나고 운전하고 올라오는 길에 사고를 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해요. 죽고 싶은 마음이 문득 문득 들어요.”

이종철 프로
한국체육대학교 학사, 석사 졸업, 박사과정(스포츠교육학, 골프심리 전공)
現 서경대학교 예술종합평생교육원 골프과정 헤드프로
現 필드의 신화 마헤스골프 소속프로
前 한국체육대학교 골프부 코치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골프심리상담사
의상협찬 : 마헤스골프

이종철 프로｜forallgol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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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골프, 마음의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