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김정겸 칼럼니스트] 매미 굼벵이는 땅속에서 벚나무, 느티나무, 버드나무 뿌리에 붙어 수액을 빨아먹고 산다. 그의 이런 생활이 종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이 된다. 굼벵이는 땅속생활 수년 후에 매미가 된다. 그러나 매미는 고작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만 산다. 그래서 여름철 매미의 울음이 처절한가보다.

매미 굼벵이가 허물을 벗는데 2~3시간이 걸린다. 허물을 벗고 난 딱딱한 몸이 되기까지 10시간을 가만히 있어야 한다. 8년여를 유충으로 있다가 한여름만 사는 매미와 10여년을 무명으로 있다가 한때의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은 닮아 있다.

매미(매미 선:蟬)의 한자 ‘선(蟬)’의 파자는 ‘벌레(虫:훼)’와 ‘單(홑 단)’이다. ‘훼(虫)’는 곤충의 의미로 쓰이지만 상형으로 보면 무서운 독을 가진 살무사가 고개를 쳐든 모습이기도 하다. 따라서 매미 선(蟬)의 의미는 “혼자 일어서라. 무명이여. 그리고 독사처럼 무섭게 세상을 살라”의 철학적 의미를 갖고 있다.

매미가 어둠을 승화시키기까지의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견뎌내는 것처럼 아직도 무명의 연예인이 있다면 이 시기가 그대들을 밝은 빛으로 나가게 하는 시험의 기간이라 생각하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워라. 그래서 매미가 되었을 때 아름다운 날개를 갖고 날갯짓 하듯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연주하라!

연예인(演藝人)에서 연예의 의미는 무엇인가? ‘연(演)’은 ‘물(氵)’과 ‘동료(寅:인)’의 결합으로 “펴다, 스며 흐르다, 통하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예(藝)’를 파자하면 ‘풀(艸)’밑에 ‘심을 예(埶)’자, 그리고 ‘이를 운(云)’자로 형성되어 있다. ‘예(藝)’자는 생명체인 ‘식물(艸)’을 심는다는 뜻이다.

연(演)의 측면에서 연예인은 내면의 예술적 혼이 ‘대중의 가슴에 스며들어 흘러야 하며, 대중의 정서와 통’해야 한다. 대중을 감동시키지 못하고 대중과 통하지 못하는 연예인의 생명은 짧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질까? 풍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연예인은 생명이 짧다. 왜냐하면 대중의 삶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야만 대중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나오고 연기가 농염해진다. 예(藝)의 측면에서 연예인은 대중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그래서 삶을 살아가면서 그네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고 배우의 대사를 읊조리면서 하루를 힘내며 살아간다.

대중에게 생명력을 주지 못하는 연예인은 그의 생명력도 짧다. 그 이유는 창조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창의(創意)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창의에서 ‘의’는 ‘마음(心)’을 갖고 있는 단어이다. 자신의 마음을 움직여 일으켜 세워야한다(創)는 것이다. 자신의 가슴이 울리지 않는데 대중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연예인은 오랜 세월 익어 그윽하고도 짙은 향기가 나는 포도주 같아야 하며 저 골짜기 한 촉의 난초 향이 온 계곡을 다 적시는 것처럼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대중이 포도주를 음미할 수 있고 그 향을 모두 맡고 즐길 수 있다.

매미는 이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에게 교훈을 주는 진정한 스승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배우지 않는 것이 없다. 특히 연예인은 대중과 같이 호흡하기 위해 매미처럼 각고(刻苦:arduous labor)의 세월과 경험을 통해 진정으로 대중의 마음을 읽을 때 그를 대변하는 노래와 연기를 할 수 있다.

1991년 ‘KBS 대학개그제’에 입상하여 데뷔한 이후 10년 동안 무명시절을 보낸 유재석은 그 오랜 세월동안 인내와 배려를 배웠을 것이다. 많은 사람과의 대인관계에서 느낀 자신의 마음을 ‘섬김(servant)’으로 승화시킨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지닌 사람이다.

서번트(Servant)라는 단어는 서비스(service)에서 나온 말이다. 따라서 요즘 공무원을 civil servant라고 하는 이유는 국민의 위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아래에 존재하는 의미의 단어이다. 즉 섬김을 의미한다. 서번트의 리더는 “다른 사람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어야 한다. 서번트의 리더는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조력하는 사람이다. 유재석은 무명시절의 많은 경험(아마도 존중이 없는 그래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가 전혀 없이 무시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리더십이 형성되었으리라. 그래서 유재석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것이 대중이 그를 존경하는 이유이다.

매미는 충실한 삶의 과정을 통해 삶을 살기 때문에 한 여름 며칠을 살아도 삶의 후회 없이 처연하게 죽어간다. 매미의 삶이 짧아서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매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살아간다.

유교에서 말하는 오덕(五德)가운데 매미에게서 배울 덕(德)에 ‘신(信)’이 있다. 이는 때를 어기지 않아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당신이 무명이라면 그를 괴로워하지 말고 그 삶으로부터 매미의 교훈을 얻어라. 근시안적인 생각을 버리고 각고를 통해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하라. 자신만의 동굴에서 벗어나 대중과 호흡하라. 그러면 당신도 매미처럼 아름다운 날개를 갖게 될 것이다.

매미 ‘선(蟬)이 동사로 쓰이면 “날다”의 의미를 갔고 있음을 명심하라. 대중의 사랑에 신의(信義)를 저버리지 마라. 그러면 당신은 곧 어두운 땅속에서 밝은 신천지의 세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느리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느림 속에서 당신의 내면세계를 완성하라. 이제 부활하라 무명이여!

김정겸 칼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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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정겸은
철학박사, 文史哲인문학연구소장, 현재 한국외국어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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