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은 일시적인 웃음을 주지만 인문학은 영혼에 빛을 선사

[골프타임즈=김정겸 칼럼니스트]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수상하다. 7월 15일 14.9%(닐슨코리아)를 기점으로 7월22일 12.1%, 7월 29일 11.1%으로 점점 떨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무한도전’ 홈페이지 소개 글은 다음과 같다. “늘 리얼한 모습으로 끝없이 도전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해주는 프로그램. 아무 이유 없이 새로운 도전과 미션을 수행한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 때문에 우리의 주의를 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인 '황소와 줄다리기', '목욕탕 물 채우기', '연탄 옮겨 쌓기 대결', ‘기차와 100m달리기’ 등은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인간의 호기심과 능력을 발휘해 본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무한도전(無限挑戰)’에서 ‘무한’은 정해진 한계가 없다는 뜻이다. ‘도(挑)’를 파자하면 ‘손(扌)’과 ‘조짐 조(兆)’로 이루어져 있다. 손은 머리이다. 인간은 손으로 도구를 사용함으로서 진화되었다고 한다. 육체적 힘만을 사용한다면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 ‘도전’의 사전적 의미는 “어려운 일의 성취나 기록 경신 따위에 나서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그 일을 경신하기 위해 인간은 머리를 쓰게 된다.

‘도전’은 한국 철학적 입장에서 보면 율곡 이이의 ‘기발이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로 설명될 수 있다. 현상계에서 운동, 변화하도록 작용하는 것은 ‘기(氣)’이며 그 운동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원인은 ‘이(理)’이다. ‘도전’은 ‘기(氣)’에서 나온다. ‘기(氣)’가 활발히 움직여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2010년 우리나라 제일의 기업 삼성그룹은 ‘도전’을 위한 3개의 사자성어를 제시하였다. “미쳐라. 그러면 이룰 수 있다”라는 ‘불광불급(不狂不及)’, “Slow and stead wins the race(느리지만 꾸준함이 경쟁에서 이긴다)”와 같은 ‘우보만리(牛步萬里)’, “허를 찌르는 혁신적 사고를 하라”는 ‘성동격서(聲東擊西)’는 도전을 위해 꼭 필요한 말이다.

서양 철학적 입장에서 ‘도전’은 실존주의적이다. 실존주의는 행동철학이며 적극적 철학이다. 내 앞에 있는 위기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그 위기에 정면으로 대응하여 해결하는 자를 적극적인 사람으로 본다. 즉, 역설 지향적 사고를 중시한다.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는 우리 실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위기를 극복하고 도전하는 삶을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를 믿어라. 인생에서 최대의 성과와 기쁨을 수확하는 비결은 위험한 삶을 사는 데 있다.”라고 말한다. 위험한 삶이란 ‘도전’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무한도전’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 볼만하다.

필자는 몇 해 전부터 여행과 인문학, 음식과 인문학, 노래와 인문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런 필자의 생각이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모르지만 tvN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일명 ‘알뜰신잡’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물론 필자의 의도인 인문학과는 달리 그들의 프로그램명처럼 ‘잡학’이지만 기쁘다.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도 인문학과 결합되어야 한다.

이쯤에서 ‘무한도전’은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무한도전’도 홈페이지 소개 글처럼 ‘아무런 이유’없이 ‘인문학’과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을 한번쯤은 시도해 볼만하지 않을까? 이제는 시청자도 사람다운, 그리고 이성적인 도전을 원한다. 몸으로 쓰는 도전이 아니라 지혜로움을 통한 풍요로움 삶을 그려보는 시도도 시청자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한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철학을 공부해 나가면서 철학이 어렵지 않고 철학을 공부하면 얼마나 지혜로워지는지, 그리고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함으로서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가를 알아갈 수 있다. 새로운 도전으로 철학을 시청자에게 대중화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볼만 하겠다.

이 새로운 프로그램 실행에 대해 걱정하거나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氣)’가 없는 죽은 사람이며 실존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즉 역동적이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무한도전’은 이제 기존의 방식을 해체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에 다다랐다. 포스트모더니즘(post modernism)적 사고로 해체하라. 그러면 새로운 그 무엇이 나온다. 시청자가 원하는 방식은 해체이다. 해체 시도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다. 멤버들의 철학공부를 통해 존재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는 방송이기를 원한다.

예능 프로그램은 일시적인 웃음을 주지만 인문학은 영혼에 빛을 준다. 그 웃음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웃음이 영혼의 울림을 통한 웃음이라면 보다 행복해질 것이다. 웃음의 어원은 헬레(hele)이며 그 의미는 건강(health)이다. 따라서 웃음은 건강을 준다. 그 웃음의 건강은 정신적 건강이다.

로크(John Locke)는 그의 ‘교육론(Some Thoughts Concerning Education)’ 서두에서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란 말은 짧지만 세상에서 최고의 행복한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이제는 이 말을 뒤집어 ‘건전한 영혼 속에서 건전한 육체’가 최고의 행복상태를 형성하게 해준다. ‘무한도전’이여! 철학과 함께하는 ‘무모하지만 무한한 도전’을 해볼 생각은 없는가.

김정겸 칼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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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정겸은|
철학박사, 文史哲인문학연구소장, 현재 한국외국어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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