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편지를 썼다.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고 읊조린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널 기다리다 생각에 빠져 날 저무는 줄도 몰랐다고 노래한다.

편지를 쓰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때였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얼굴도 관등성명도 모르는 국군 아저씨에게 위문편지를 썼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 내려갔던 편지. 제대를 앞둔 병장의 편지 답이 오고 그렇게 주고받았다.

조금 더 자라서는 고등학교 교지 뒤에 실린 펜팔 란에서 지방 친구를 찾아 편지를 띄웠다. 멀리 있어서 더 애틋하고 궁금하던 시절이었다.

세월은 흘러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나오는 첨단시대.

얼굴 안 보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는 그래도 감성 넘치는 사연이 깊었다.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받고 더 나아가 카톡으로 하는 대화, 말은 말을 낳는다고 엉뚱한 오해도 생기며 SNS를 이용하면서 악플까지 마구 질러댄다.

“내가 보낸 문자에는 답도 안 하면서 제가 보낸 문자에 답 안 한다고 삐져서는 전화도 안 받아요.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제가 편할 때, 시도 때도 없이 한밤중 새벽녘에도 원하는 방식으로 한다. 카톡이든 메시지이든 보내놓고, 정작 저 자신은 글자 뒤로 숨어 버리는 비겁함이 느껴진다.

진정성이 배제된 말의 잔치. 말보다 행동하고 싶다.

두 눈 속에 숨어있는 비밀을 보고 싶다. 그대의 향기와 촉촉한 입술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 싶다. 두 팔을 휘저으며 열 손가락을 움직이는 생생함을 느끼고 싶다. 허리가 굽었는지 배가 불룩한지 안아보고 싶다. 따뜻한지 차가운지, 그 고단한 발도 씻겨 주고 싶다.

카톡도 지우고 메시지도 다 지워버렸다.

통화용으로 남은 전화기는 이제 제 역할만 한다.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떠나자.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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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