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프레지던츠컵 미국팀으로 참가했던 조던 스피스가 퍼팅 라인을 살피고 있다.(사진제공=프레지던츠컵 사무국)

[골프타임즈=유충경 프로] 제146회 디오픈(브리티시오픈)은 조던 스피스(24, 미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것으로 조던 스피스는 3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2015년 마스터즈와 US오픈 우승)했으며 나머지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큰 업적을 이룰 수 있는 전초 작업을 이룰 것이다.

조던 스피스가 디오픈을 우승하는 과정을 보면 숏퍼팅 때 간혹 특이한 퍼팅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노룩(no look) 퍼터’라는 것인데 볼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 퍼트하는 것이 아니라 홀을 보고 있는 상태로 퍼트를 하는 것으로 볼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노룩(no look)’이다.

기존 퍼트와 모든 동작은 같지만 마지막에 시선이 볼을 보지 않고 홀컵을 보고 스트로크를 하는 것이 기존 퍼트와 다른 점이다.

퍼트의 고정 관념인 ‘공을 보고 퍼트를 하고, 볼이 홀에 떨어질 때까지 머리를 고정하라’고 배움과 믿음을 한순간에 깨버리는 다소 충격적인 퍼트다. 이 노룩 퍼터는 이전에도 사용되어 왔지만 조던 스피스가 사용하면서 우승하게 되어 더욱 많은 골퍼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송경서 JTBC골프 해설위원은 ‘퍼트 시 헤드업을 예방하고 본능적인 거리감을 활용할 수 있어 적절하다’고 하였다. 타 스포츠 경우, 농구에서 패스와 슛을 할 때 모두 공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닌 패스 상대나 바스켓을 보고 던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된다.

본능적인 거리감은 시각 정보 처리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동물의 눈이 2개로 이루어져 있어 각각 다른 위치에서 한 사물을 바라보며 초점 각도로 원근감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강자만이 살아남는 동물의 세계에서 눈이 하나인 종이 멸종하여 현존에는 눈이 2개인 동물만이 살아남았다는 가설에 입각한다. 이러하듯 시각 정보에서 원근감은 종의 기원과 그 맥을 함께하고 있다.

이런 본능적 정보 처리를 골프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실험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밥 크리스티나 교수가 핸드캡이 8~36인 40명 골퍼를 20명씩 나눠 한 그룹은 공을 보고 퍼트를, 다른 그룹은 홀을 보고 퍼트를 했다. 그 결과 공을 보며 퍼트한 그룹은 홀 근처 71cm에 붙였다. 공을 보고 퍼트를 한 그룹은 홀 근처 94cm에 붙여 홀을 보고 퍼트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24% 더 잘하였다. 또한 짧은 거리의 퍼트에서도 홀을 보고 퍼트한 그룹이 더 잘 했다. 홀을 보고 퍼트한 그룹이 공을 보고 한 쪽보다 실력이 더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노룩 퍼트는 모든 골퍼에게 적용하기보다 공을 보고 퍼트할 때 과도하게 불안하거나 생각이 많은 골퍼에게 맞는 퍼트 방법이라는 것이다. 과도한 불안이나 많은 생각은 자연스러운 스트로크를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을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 또는 ‘행동억제체계(behavioral inhibition system, BIS)’라고 하며 너무 생각이 많거나 자신의 행동이 위험하다고 생각이 들면 움직임을 억제하는 심리적 멈춤(브레이크) 현상으로 원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신경학적 반응이다. 그런 이유에서는 미국 유명한 스릴러 작가 러브크래프트(H. P. Lovecraft)는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강한 감정은 공포다.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다”는 말처럼 퍼트에서 보이지 않는 목표에 대한 움직임을 인간으로써 충분히 공포나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기에 노룩 퍼트는 인간의 심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용된 퍼트 기술 중 하나이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이런 증상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론적으로는 자신의 그런 불안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많은 생각은 무엇 때문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를 권한다.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노룩 퍼트를 한번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기존 볼을 보고 행하던 퍼트의 익숙함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이겨낼 자신과 용기가 있다면 말이다. 이것 역시 쉽지 않은 과제이고 또 다른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유충경 박사
ㆍ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스포츠심리 전공)
ㆍKPGA 프로 및 중앙경기위원
ㆍ심리상담사 1급
ㆍ스포츠심리상담사 1급 수료
ㆍ한양대 교수, 한국골프대학 초빙교수
ㆍ골프 멘탈 트레이너

유충경 프로｜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