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복잡한 마음을 털어 낼 곳이 필요했다. 대학로를 찾아 연극 소극장으로 들어선다. 시작하기 전에 그 고요함과 어둠이 필요했던 시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둠 속에서 비쳐드는 빛이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아직 닫지 않고 끄지도 않았다. ‘폰딧불이’라 한다나. 스마트폰과 반딧불이를 합친 합성어.

하긴 며칠 전 영화관에서도 저 불빛을 수시로 보았다. 영화 도중에도 문자 확인하는 사람을 쥐어박고 싶었다. 한 수 더 떠 통화까지 하니 확 뺏어버리고 싶은데 마음속으로만 미치겠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연극 보러 왔으면, 영화관람 할 거면 전화기는 고이 접어 가방 안이든 주머니 안이든 집어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 꼭 필요한 통화면 밖에서 하고 와야지. 주변 신경 쓰기는커녕 둘러보지도 않는다.

그뿐인가, 운전 중에도 보고 있으니 걱정이요, 운동하면서도 보니 불안하다. 모여 앉아 있어도 각자 핸드폰 들여다보느라 상대 얼굴도 안 보고 건성 대답이다.

스마트폰 안에 세상이 들어 있는 거야 알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전화도 없어 대문을 들며나며 우체통을 열어보고, 만나기로 약속하면 그 자리에서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올 때까지 기다리던 그 시대가 엊그제이건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띠리릭 틱 틱, 나 여기 있어요.

그 순간을 기다린 양 즉각 열어 확인하고, 문자판 열어 두드린다. 오직 시선은 스마트폰 액정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그룹으로 모여서 떠들기도 하니 종일 바쁘다. 넘쳐나는 SNS와 카톡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스마트폰에서 지워버렸다. 전화는 전화로서 통화만 하였다. 검색하지 않고 전화번호를 외워서 눌러보았다. 10개도 안 되었다. 이럴 수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 손에 책을 들었다. 그리고 하늘도 보고, 화단도 가꾸고, 식탁에서 아이들 얼굴도 보았다.

얘들아, 엄마 더 늙기 전에 얼굴 좀 보여다오. 학교 다닐 때처럼 시시콜콜 이야기도 해주련. 나 여기 있단다. 띠리릭. 틱 틱!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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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