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인사청문회 현장(jtbc 화면 캐처),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는 고위공직자 임용에서 배제 ‘모순을 안고 사는 세상’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모처럼 청명한 날이 이어집니다. 하늘을 뒤덮던 미세먼지가 걷히니 탁 트인 시야만큼 기분도 상쾌합니다. 하지만 때 이른 더위에 가뭄이 심합니다. 단비가 시원스레 내려 그간 곳곳에 쌓였던 먼지마저 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적폐(積弊)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적폐라는 말은 오래 동안 누적되어 내려오는 폐단을 뜻합니다. 『순자(荀子)』의 「왕제(王制)」 편에 처음 나오며, 적국의 폐단이 쌓일수록 자국은 나날이 강대해진다면서 적폐를 국가패망의 지름길이라고 적시합니다.

대통령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입니다. 적폐청산의 시동을 시원스럽게 걸어서입니다. 박수 받을 조치와 수긍되는 솔선수범이 보기에 흐뭇해서 요즈음은 TV뉴스 보는 일이 즐겁습니다. 언론에서는 연일 파격적이라고 보도하지만 실상은 상식이라는 국민의 주파수와 맞는 행보입니다. 건국 이래의 적폐가 이번에는 진짜 청산될 수도 있겠다고 기대됩니다.

『한비자(韓非子)』의 「난일(難一)」편에 모순이란 말이 나옵니다. 초(楚)나라에 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이 있었는데, 자기가 파는 방패는 어떤 무기도 뚫을 수 없다고 자랑하고 창은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행인 한 사람이 그럼 당신이 파는 창으로 당신이 파는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상인은 말문이 막혔습니다.

대통령이 진퇴양난에 처했습니다. 대통령후보시절에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의 5대 비리가 있는 인사는 고위공직자 임용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당선 이후에 지명한 총리를 비롯해 각료급 후보 중에 세금탈루와 위장전입 등이 문제가 되는 인사가 끼어있습니다. 이 대목은 분명히 모순입니다.

『여씨춘추(呂氏春秋)』의 「거사(去私)」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거사란 사사로움을 배제한다는 뜻입니다. 묵가(墨家)의 지도자 복돈(腹䵍)이 진(秦)나라의 초빙을 받아 머물 때에 아들이 살인죄를 범했습니다. 혜왕(惠王)은 복돈의 연세가 높고 다른 아들이 없으니 죄를 묻지 않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복돈은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는 것이 묵가의 법도이며, 살인을 금함은 천하대의인데 내 아들만 예외일 수 없다면서 아들을 죽였습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대의(大義)를 복돈은 이렇게 실천했습니다.

성경(聖經)에서 예수님도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자기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한다고 질타합니다. 잘못이 있으면 고치는 것이 현명한 지혜입니다. 정권출범초기의 허니문 기간이니 그냥 넘어가고 하면 적폐의 연장입니다. 하자를 미리 인지했으나 능력에 비해 사소한 하자이므로 그냥 넘어가자고 하면 이 또한 적폐의 연장입니다. 후보시절 공약과 모순되는데 지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다시 적폐가 악순환 됩니다.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안다고 했습니다. 정권의 첫 인사는 정권 성공여부의 가늠자가 됩니다. 출발이 산뜻해야 합니다.

정관(貞觀)의 치(治)를 이룬 당태종은 수성이 창업보다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현 정권은 박근혜정권의 자살골에 힘입어 다소 손쉽게 창업했습니다. 창업시절엔 적폐에 대한 비판과 공격만 해도 국민이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한고조 유방(劉邦)이 초패왕 항우(項羽)와 치열한 싸움 끝에 천하를 쟁패하자 육가(陸賈)가 유방에게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으나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고 권고했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은 비판과 저항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천하를 얻었습니다. 이제 처지가 바꿨습니다. 비판을 받고 견뎌야하는 수성의 어려움이 앞에 놓여있습니다. 수성할 때는 비판의 소리를 겸허히 듣고 이를 수용해야 더 큰 박수를 받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는 요행이 없습니다.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마속은 제갈량이 신임하던 장수였으나 가정(街亭)전투에서 군령을 어겨 대패했습니다. 제갈량이 다년간 준비했던 북벌계획이 일거에 망가지고 결국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자식처럼 아끼던 마속을 참수했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은 읍참마속의 결단과 비판을 수용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소통이고 국민과 주파수를 맞추는 첩경입니다.

북송의 명신(名臣) 범중엄(範仲淹)은 천하의 걱정거리를 가장 먼저 걱정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지금의 지식인에게도 적용되는 책무입니다. 지식인은 온 세상이 한 방향으로 달려가도 그 길이 올바른 길인지 살펴봐야 옳습니다. 혹여 방향을 잘못 잡았다면 대세에 맞서 물길 돌리려고 애써야 합니다.

춘추시대의 공자와 전국시대의 맹자가 그러했으며, 이것이 바로 선비정신입니다. 적폐청산의 개혁이 출발부터 정당성을 잃을까 염려됩니다. 적폐가 청산되는 과정도 깔끔하길 바랍니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심정에서 쓴 소리 한 마디 했습니다.

이번 주는 여러분도 스스로 돌아보아 인생의 적폐를 청산하길 축복합니다. 아울러 남을 비판하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한 우(愚) 또한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묵가의 복돈과 제갈량은 좋은 타산지석입니다. 티보다는 들보가 더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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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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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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