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눈 밑 떨리면 마그네슘 챙겨야 하고, 탈모는 바이오틴 부족 때문이래. V.B2가 결핍되면 입 주변 갈라지고 쓰리고,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반점 생기면 V.A가 부족한 거라네.

그거 아니? 걱정된다고 CT검사 세 번 하고 나면 없던 암도 생긴다는 거.

헐! 정신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병 고치자고 병원 가서 병 얻어오는 거네.

차라리 모르고 살던 옛날엔 혹 붙인 채 죽어가기도 했지. 치매 걸린 것도 망령 났다고 밀쳐놓고, 아이들은 백일해, 홍역으로 목숨을 잃었어. 일찍 죽은 아이들은 젤 예쁘고 똑똑하다고 했지. 결핵 환자는 왜 그리도 많던지.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로 우수에 젖은 모습에 반하기도 하는 해프닝을 벌였으니 안타까운 시대였지.

무지한 것이 병을 키우고 그 병으로 죽는 거였어.

그러면 알아도 탈, 모르면 몰라서 탈이네.

요즘은 TV만 틀면 여기저기서 의학지식이 아우성이지. 그 잘 먹던 과일도 식전에 먹어야 뱃속이 편하다나. 밥 먹고 30분 후에 커피 마셔야 뱃살이 안 생긴다 하고, 관절 안 좋아 절뚝이는데 한쪽에선 쉬지 말고 운동하라 하고, 한쪽에선 쉬어야 한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리.

너도나도 백세시대라고 나이 들어 몸 챙기기 급급하고, 몸에 좋다는 거 다 챙겨 먹고 과잉섭취로 병원에 누워 골골골 목숨줄로 연장하니 안타까울 뿐이지.

옛날 할매말이 늙어 보약 많이 먹으면 마지막 가는 길이 힘들다 하셨다. 울 아버지도 혈압으로 세 번 쓰러지고 나니 엄니가 우황청심환도 안 주시더라. 숨넘어가기 힘들다고.

세상 좋아졌다고 모든 것이 다 통하는 건 아닌 거네. 오히려 아이들이 더 똑똑해진 것이 어른과 뽀뽀하면 충치 균이 옮아오는 수도 있다고 거부한대.

손 꼼꼼하게 씻고, 잠 잘 자고, 밥 잘 먹고 운동하여 충분히 쉬어주면 정신도 맑고 육체도 가벼울 텐데 말이야.

너무 아는 게 많은 것도 병 아닐까?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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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