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방마다 침대를 들여놓고선 온돌 찾는다. 몸이 배긴다고 푹신한 침대가 좋다고 하더니 마른 몸도 아니건만 뜨뜻하게 지져야 한단다.

“얘, 그때 생각나지 않니? 아랫목 장판이 연탄아궁이 열기로 오그라들고 색깔도 짙어져서 거무튀튀했지. 이불 한 장 덮어놓으면 그 자리에 발부터 밀어 넣었잖아. 전기밥솥도 없던 시절이라 늦게 오시는 아버지 밥 한 사발 명주 흰 천에 꽁꽁 싸매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두었지. 발부리에 걸려 엎어지면 여지없이 윗방으로 쫓겨났지.”

“그래, 그땐 밖에서 들어오면 안방 아랫목 이불속으로 먼저 직행했지. 하루 지낸 이야기도 이불 속에 발 묻어놓고 두런거렸지.”

언제부턴가 침대를 들여놓아야 잘 사는 사람 축에 들었다. 너도나도 침대로 바꾸고 난방도 석유에서 가스난방으로 바뀌어 온 집안이 훈훈하다. 돌침대에 옥 장판, 온수 매트에 전기장판으로 건강을 챙긴다고 난리다. 오히려 추운 나라 러시아에 우리 온돌난방기를 수출한단다. 바닥을 덥혀주는 우리식 온돌이 그들에게 안식을 가져다 준 것이다.

“외갓집에 가면 아랫방은 나무 타는 냄새로 매캐했어. 연기 새는 아궁이에 고구마도 구워 먹고, 춥던 몸도 아랫목에 덮어 둔 이불속으로 들어가면 스르르 다 녹아내렸지.”

“정말 추웠어. 한지 문풍지가 겨울바람에 윙윙 소리 내 울잖아. 그 방에 누우면 등은 따뜻해도 코끝은 시렸지. 윗목에 떠놓은 자리끼가 얼어붙는 한기 속에 애도 키웠으니…….”

안방의 침대는 비워 놓은 채 거실에 솜 두툼하게 넣은 요 깔고 누워 잔다. 아예 시골에 불 때서 지질 수 있는 황토방 하나 지어야겠단다. 다시 돌아가고픈 그 시절, 넘쳐나는 편리함 속에서 굳이 불편함을 찾아가려는 마음은 아랫목 이불 속에 발 넣고 재잘대던 그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어른부터 막내까지, 동네 친구들도, 한 자리에 모여 도란거리던 따뜻함이 그립다.

옛 추억 속에 빠진 나는 벌써 늙은이인가?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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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