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향 詩수다 18회]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요즘 괜스레 죽음에 대한 생각을 문득문득 한다.

“우리도 나이가 먹을 만큼 먹었나 봐.”

뜬금없이 한마디 하니 친구가 통박부터 준다.

“또 갱년기 증상이니? 지지배! 웬 청승?”

“그게 아니라, 친구 부모님들 한 분, 한 분 떠나시고, 자식들도 이제 제짝 찾아 떠나니까 어느새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십여 년 전, 호스피스 일을 배우러 다녔던 일이 생각났다. 일주일에 한 번씩 수강을 받으러 갔는데, 직장에서 매번 핑계를 대고 다니다 보니 눈치가 보여 서너 달쯤 다니다 그만두고 말았던 적이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실습하러 갔는데, 갈 때마다 낯을 익힌 분이 안 보이거나 침대기 비어 있으면 슬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곳은 말기암환자와 가족들도 포기한 시한부 환자들만 있어 사랑과 희생의 마음이 없으면 봉사할 수 없는 곳이다. 묵묵히 봉사하는 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이었다.

헌신적인 사랑으로 위로와 용기를 주는 그분들의 손길로 마지막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겸허히 맞이할 준비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그곳은 차라리 세상 어느 곳보다 평화롭고 성스럽게 보였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누구나 희망하는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 평안히 떠나는 생(生)이야말로 마지막 행복한 삶이지. 친구야!

호스피스 병동 24시

소리도 없이 아픔이 시작 되면서
긴긴 시간들
넋나간 동통들이 살을 에이는데
눈물조차 다 말랐는가
몸 밖으로 쏟아지는 창백한 기운들

더 이상의 바램도 몸부림도
손 놓고 앉아 기다리기만 하는데

누군가 거기
날개 없는 천사처럼 조용히 날아와
씻어 주네
먹이어 주네
노래해 주네

그 속에
천국이 가까이 오고

기도가 약이 되네
미소가 소망이 되네

마지막 아우성이 가만히 끝나가
메마른 뼈 위로 침묵조차 소리 없고
평안한 듯 편안한 듯
하늘을 담고 사라지는 이름들이여

그 분 거기 계셔
눈물 거두시네
축복 하시네
그들을
그들의 천사들을

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