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훌러덩 벗어야 알 수 있지.

몽고반점으로 시작해 꼬리뼈 흑반점에서 마감하는 몸뚱이를.

“어렸을 때만 해도 목욕탕 가는 건 연례행사였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묵은 때 밀어야 한다고 갔잖아.”

“얘~ 우린 한 부대가 갔다. 엄마부터 빨랫감 한 대야 싸 들고 언니랑 우리 여섯 자매 목욕탕 가면 줄을 지어 앉아 등을 밀고, 지금 생각하니 장관이었겠다.”

한 해 마무리도 목욕탕이었고, 시작도 목욕탕이었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등을 밀어주며 오로지 때 미는 걸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였다. 깨끗해지는 자기 모습을 거울로 보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거다. 이젠 달라졌다.

출렁이는 뱃살을 없앤다고 온탕, 냉탕 다니고 사우나실 들어가 냉커피 마시고 있다. 냉탕에 들어가 폭포수 밑에 어깨맛사지, 뱃살에 퍼부으면 살들이 살려 달라 달아날까. 청춘을 훌쩍 넘긴 늘어진 뱃살과 처진 엉덩이, 주름살과 부황 자국 선명한 알몸들로 가득하다.

“여기 찜질방 시설이 괜찮다나 봐. 자수정방, 얼음골, 황금방, 소금방, 황토방도 원, 투, 쓰리란다. 오늘 제대로 지지고 가보자고.”

“따로 모임방도 있다 하니 그리 모여, 회의도 하고 여기 미역국이랑 황태 콩나물국이 시원하단다. 맛난 것도 먹어야지, 호박 식혜도 한잔하고 맥반석 달걀도 먹어 보고 마사지도 받고.”

그렇게 씻어내고 찜질복으로 갈아입는다. 찜질방엔 대형 TV가 왕왕 떠들고, 그 밑에 귀에 이어폰 끼고 누워 핸드폰 속에 삼매경. 저마다의 자세로 누워 편안히 즐기는 모습들이다. 찜질방도 초기엔 가족 단위로 집에서 먹을 음식 가져와 주전부리하며 세상사는 이야기로 주변이 떠들썩하였다.

지금은 식당에 매점에 피시방, 마사지실, 헬스장도 있으니 웬만한 위락시설은 다 갖추었다. 편리한 세상 속에서 힐링도 하고 저마다의 시간을 누리고 있다. 애나 어른이나 핸드폰 속에 빠져 티브이는 혼자 떠들고 있다. 찜질방은 아주 조용하고 아무에게도 관심 없다.

이참에 나도 벌러덩 누워 쉬어보자. 퍼질러 앉아 수다도 떨어보자.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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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