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참으로 난감하다.

“애도 그런 애가 없어. 90 넘더니 바뀌신 거야. 옛날의 우리 엄마가 아니야. 그전엔 자식들에게 사 달라는 게 없었는데 이젠 막무가내이셔.”

전화 속 친구는 열이 올랐다.

“그 연세에 매일 나가시는 건 좋으신데, 만나는 친구 분들이 자식들이 사주었다고 자랑하시는 걸 그대로 전달만 하는 게 아니라 그걸 사드릴 때까지 말하시니 모른 척 할 수도 없잖니. 청록삼이 몸에 좋다는데… 입맛이 돌아왔다더라. 뱃속이 편안해졌다더라 하면서 온갖 종류의 약 이름을 말씀하셔. 그래서 똑같은 물건을 구해드렸지. 문제는 24만원 줬다고 했더니 그럼 가짜라시면서 60만원이 진짜라 하니 황당하지.”

60만원짜리가 아니라고 24만원 주었으니 그 약이 아닌 것 같고 약효가 약하다면서도 다 챙겨 드신다는 거지.

팔에 거뭇거뭇 박힌 검버섯을 친구 분이 피부암이라고 한다는 거야. 동네 피부과에 갔더니 90 넘은 노인에게 조직검사를 하란다고 타령이셔. 대학병원에 모시고 가 조직 검사를 하니 의사 왈 그냥 검버섯입니다, 하는 거야.”

친구는 이런 미친 경우가 있냐고 길길이 하소연이다.

“너희 엄마는 어떠시니? 건강하시고?”

“우리 엄마는 여전히 가실 준비만 해. 옷가지도 다 정리하고. 병원에서 심장 기능이 약해졌으니 입원하라는 데도 안 하셔. 링거 꽂고 누워 있는 건 싫다고 자식들에게 말도 않으신다. 생명 연장은 절대 말고, 죽으면 화장해서 어느 꽃나무 밑에나 묻으라신다.”

“너희 엄마랑 울 엄마랑 반반 섞였으면 얼마나 좋을꼬. 내가 너를 낳았으니 이제 나를 거두어라, 심통도 부리신다. 그나마 건강하게 저리 다니니 다행이지만, 밤사이 주무시는 듯 갔으면 좋겠다.’

“그래, 오복 중에 하나지. 편안히 가셔야 할 텐데…”

병원을 집처럼 사시지만, 아마 10년은 문제없을 것 같고. 아니 150에 가시려나? 지각이 있으셔야 하는데, 갈수록 배 째라고… 둘러봐도 여기저기 벽이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