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 완전 다른 동네 같아.”

급하게 전화해서 몇 번을 물어도 도통 길을 못 찾고 헤맸던 그날이 민망스럽다. 아파트가 들어선 낯선 모습의 외갓집 동네, 그래도 옛 정취는 조금은 남아있을 줄 알았던 기대는 착각이었다.

울 엄마가 걸어 다니던 초등학교도, 여름밤이면 이모들 따라가 멱 감던 너른 개울도, 논두렁길도, 커다란 느티나무를 지나 작은 불빛만 보고 찾아갔던 외갓집도, 이제는 모두 다 없어졌다.

재개발 아파트 단지에 묻혀 흔적 없이 사라진 추억의 현장 앞에서 벙벙해진 가슴에 눈물이 찬다. 그때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아는 척하신다.

“너 소향이 아녀? 니 엄만 잘 지내구?”

“아 네…! 할머니! 안녕하세요?”  

어렸던 나를 알아봐주신, 허리 잔뜩 구부러지신 그 할머니 덕에 갑자기 행복해졌다. 

추억이여! 고맙다.

길에서 길을 잃다 
아아 어쩌다가 길을 잃었다 
일상의 수중에 없던 여분의 생각만큼 
무수히 갈라져 보이는 무의식의 길들 
차갑게 꼬리치며 흩어지는 저 길들이
머리칼을 간지럽히는 저녁 눈발처럼
순간 너무나 가벼웁다 

길을 잃고 헤매인 게 아니었다 
불투명한 생의 속박에서
무뎌진 감각의 문을 닫듯 

짙은 화장의 두께만큼
새카맣게 가라앉은 세월의 무게가
제 연륜을 못 이겨 
저리도 흐트러진 길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아 어쩌다가 정신 놓고 사라지는 
막막한 길 위에서 
오래도록 홀로 선 내 흔들림 흔들림.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