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그녀 말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여자들에게 생지옥이다. 평생 차별받고 커서, 친정 부모와 눈물의 이별을 하고 시부모 밑에서 혹사당하는… 하지만 요즘 세상은 그렇지 않다.

맞벌이라는 명목 아래 남자보다 여자들 목소리가 더 크고, 며느리보다는 시어머니가 눈치를 더 본다는 세상 아닌가.

회사 내에서도 잡일은 여자들 차지이고, 승진한들 더 높은 연봉은 안 되는 것이 여자란다. 무능한 상관을 위해 야근을 밥 먹듯 시키면서도 가장인 남자를 제쳐놓고 승진은 어렵다는 어불성설이나 늘어놓는다.

회사를 그만 두겠다 하니 회의석상에서 대놓고 ‘그럼 밖에서 나랑 애인합시다.’ 하는 사장을 고발해야 마땅한데 더러워서 피해버린다.

동등하게 독립적으로 살길 원하지만, 성문제 앞에선 여자가 약자다. ‘아니, 그렇게 안 봤는데 같이 호텔에서 나왔다면서? 가정까지 있는 여자가.’ 호텔엔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커피숍도 있고 쇼핑도 한다. 소문의 피해자도 여자이다.

‘나도 괜찮은 놈인데, 오늘 저녁 어때?’

‘일찍 들어가 봐야 해요.’

‘왜 그러시나? 나도 너를 먹고 싶다. 나 좀 봐주라.’

밤새 문자질에 무음으로 해놓았다가 날이 밝아 따지니 술김이란다. 백배사죄한다지만, 밤새 시달린 마음이 진정이 안 되고 성폭력에 정신적 피해보상 신청을 한다지만, 하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 ‘이 정도쯤이야’ 하고 엉큼한 생각을 하는 것을 사내답다 여기는 남자들에겐 법은 콧방귀다.

남편이 있고 장성한 자녀가 있지만, 용기 내 고발하여 명백하게 잘잘못을 밝혀도 모든 의심은 여자에게 쏠리는 현실을 피해갈 수는 없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냐며 들쑤시니 몸과 마음이 온전치 못하게 된다.

성폭력 앞에서 남자는 영웅이 되고 여자는 죄인이 된다. 성폭력 방지 특별법이 제정되어 떠들어대도 상처는 여자에게만 남는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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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