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그녀의 얼굴은 부드러운 미소가 일렁인다.

내민 손을 잡는 순간, 헉 시멘트 바닥이다. 다시 살며시 잡아보아도 나무껍질이다. 손바닥이 전해져오는 느낌은 쩍쩍 갈라져서 말라버린 논바닥도 이리 꺼칠할 것 같지 않다.

다시 그녀의 얼굴을 본다. 갑자기 밀려오는 세월의 흔적을 본다.

사람을 아는 데는 손이 제일이다. 곱게 자라 매끈한 손, 아픈 사람의 눅룩하고 싸늘한 손, 험한 노동으로 일에 거칠어진 손, 모든 손들은 때로는 입보다 아니, 눈보다도 그들을 여실히 설명하는 것이 바로 손이다.

손 씻을 때마다 가방에서 꺼내 바르는 핸드크림도 있는가 하면, 손톱 구석구석을 문지르고 깎아내어 다듬어서는 젤을 바르고 매니큐어에 큐빅도 박아 넣어 번쩍번쩍, 대롱대롱 화려하다.

“얘, 손은 가꾸어야 해. 시골 아낙 손도 돈 들이면 마나님 손이 된다고, 운전할 때 면장갑도 끼고. 마사지도 받고...”

친구는 열심히 핸드크림을 바른다.

“어찌 이리도 곱노!” 하던 처녀 적 손등이 이젠 온갖 정성을 들여도 갈라지고, 햇볕에 그을리고, 색소가 번진 반점을 감출 수가 없다.

손을 내밀면서 상대의 생각을 읽어보려 하거나 기선 제압을 위해 힘까지 가해보기도 한다. 손만으론 부족하였던지 팔을 온통 벌린다든지, 두 손을 한꺼번에 내미는 아부형, 손을 야단스럽게 흔들어 교란하든지, 혹은 손을 오래 잡고 놓지 않아 이쪽에 무슨 인상을 주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가장 즐거운 것은 천진하게 내미는 아기의 손이다. 갓난아기의 깨물어주고 싶은 앙증맞은 손은 무엇을 잡았다 하면 놓치지 않는다. 모든 힘이 손아귀에 실렸는지 들어 올려도 놓지 않는다.

꼬물꼬물 잼잼 하는 아기 손은 새잎이다. 보드라움 속에 꽃을 닮은 생명이 움트고 있다. 그 손을 잡은 줌마는 세월을 거꾸로 가고 싶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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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