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자연풍은 기압(氣壓)의 변화로 생긴다. 그리고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에 따라 바람의 변화무쌍함이 조화된다. 그런데 바람은 왜 ‘바람’이라 했을까?

고려 말에서 바람을 곧 패람(孛纜)으로 썼다. 이와 같이 우리는 바람(風)을 또는 패람 등으로 발음했다. 조선시대 100년 전에는 ‘발암’이라 발음하고 이 말은 ‘발양(發陽)’①의 변음이라 했다. 발양이라는 말은 ‘양기가 움직여 일어나다’의 뜻이다. 음양의 조화로 바람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냉온(冷溫)도 음양의 변화이고 기압도 음양의 변화이니 선인(先人)들의 혜안이 놀랍다.

바람 속에 있는 것, 무엇인가? 붙잡을 수 있는 것, 무언가? 바람으로 불다가는 그 속에서 무엇이 붙잡을 건덕지가 있는가? 덧없는 것 투성인데 꿈엔들 잡으랴.

바람은 흔히 덧없음을 표상하는 매개체로 많이 쓰인다. 바람은 어떻게 생기는가? 바람은 움직임이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임이 없으면 바람이 일지 않는다. 사람들이 가슴에서 바람이 인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향하는 마음이 있으면 움직임이 일고 바람이 난다. 그래서 바람이 난다고 말하는 건 아닐까?

제 짝을 두고 다른 곳으로 향하는 마음이 곧 남녀 간의 바람이다. 몽골의 대 초원을 스쳐가는 바람, 옛날에는 남자들은 여자에게 씨앗을 뿌리고 정착하지 못하고 또 떠나야 한다. 그래서 남자더러 바람이라고 하는 이유다. 인구가 부족하던 상고시대 한 곳에 정착할 수 없이 또 다른 밭으로 가서 씨앗을 뿌려야 하는 게 남자들의 역할이었다. 그걸 잡으려 하면 일이 생긴다. 또 달리는 말을 바람이라고 부르던 때도 있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모두 바람 현상으로 불러들인다. ‘바람의 제국’이 있고 ‘바람의 언덕’도 세상엔 많다. 그리고 대초원만 바람이 센 것이 아니라 주로 바닷가에 바람이 세다. 바람 때문에 사연도 많다. 배가 가라앉고 한꺼번에 마을엔 과부들이 우수수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것들은 다 바람과 관련이 있다. 그 갯마을에 묶여, 그 갯바람에 묶여 떠나거나 못 떠나거나 자기 팔자를 탓하고 있는 것이다.

동서남북의 방위 명칭이 생기기 이전에는 東은 ‘새②’, 西는 ‘하늬(한뉘)③’, 南은 ‘마④’, 북은 ‘놉⑤’ 이라 했다. 따라서 동풍(東風)은 샛바람(明庶風)이고 서풍(西風)은 하늬바람(閶闔風)이고 남풍(南風)은 마파람(景風)이고 북풍(北風)은 놉바람(廣莫風)이다. 간방(間方)을 더하면 놉새바람은 동북풍(東北風, 融風)이고 마하늬바람은 남서풍(南西風, 涼風)이고 마새바람은 남동풍(南東風, 淸朙風)이고 놉하늬바람은 북서풍(北西風, 不周風)이다.

주역(周易)의 괘상(卦象)과 팔음(八音)을 대응(對應)시켜 살펴보자.
동쪽(새)의 진괘(震卦)의 소리는 대나무(竹) 소리로 그 바람은 명서(明庶)라 한다.
서쪽(하늬)의 태괘(兌卦)의 소리는 쇠(金)소리로 그 바람은 창합(閶闔)이라 한다.
남쪽(마)의 리괘(離卦)의 소리는 실(絲)의 소리로 그 바람은 경(景)이라고 한다.
북쪽(놉)의 감괘(坎卦)의 소리는 가죽(革)소리로 그 바람은 광막(廣莫)이라고 한다.
동북(놉새)의 간괘(艮卦)의 소리는 박(匏)소리로 그 바람은 융(融)이라고 한다.
서남(마하늬)의 곤괘(坤卦)의 소리는 흙(土)의 소리로 그 바람은 량(涼)이라 한다.
동남(마새)의 손괘(巽卦)의 소리는 나무(木) 소리로 그 바람은 청명(淸朙)이라고 한다.
북서(놉하늬)의 건괘(乾卦)의 소리는 돌(石)소리로 그 바람은 부주(不周)라한다.

역통괘험(易通卦驗)과 백호통(白虎通)에서 말하는 이 여덟 바람을 절후(節侯)에 비교하여 그 의미를 새겨보면, 입춘(立春)에는 조풍(調:融, 風)이 오는데 조(調)는 조(條)로 ‘낳는다’는 뜻이다.
춘분(春分)에는, 명서풍(明庶風)이 오는데 ‘무리를 맞는다’는 뜻이다.
입하(立夏)에는, 청명풍(淸明風)이 오는데 ‘까끄라기(芒)’라는 뜻이다.
하지(夏至)에는, 경풍(景風)이 오는데 크다는 뜻이니 ‘양기(陽氣)가 자라난다’는 뜻이다.
입추(立秋)에는, 량풍(涼風)이 오는데 차다는 뜻으로 ‘음기(陰氣)가 시행한다’는 뜻이다.
추분(秋分)에는, 창합풍(閶闔風)이 오는데 ‘모두 거두어 수장(收藏)한다’는 말이다.
입동(立冬)에는, 부주풍(不周風)이 오는데 ‘불교(不交) 즉 사귀지 않는다’는 뜻이니 음양(陰陽)이 화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동지(冬至)에는 광막풍(廣莫風)이 오는데 ‘큰 저녁(大暮)’이니 양기(陽氣)를 열어 주는 시간이다.

이렇게 팔괘(八卦), 팔절(八節)은 팔방(八方)에서 같게 비교된다. 그리고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바람의 쓰임은 크며 대개 형태 없이 이르는 것을 말한다. 시서(詩序)에서 풍(風)은 풍자(諷刺)한다는 뜻의 풍(諷)으로 쓰이고 또 가르친다는 뜻의 교(敎)로도 쓰인다고 말하여 풍(風:諷)으로서 움직이고 가르쳐서 변화시킨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후한(後漢)시대 유학자 유희(劉熙)가 말하기를 풍(風)은 범(氾) 곧 뜬다는 뜻이고 또 방(放) 곧 풀어 놓는다는 뜻으로 말했다.

자연에서도 바람이 심하게 불면 만상이 흐트러지고 엉망이 된다. 매년 태풍 피해가 서해안 온 산하를 쑥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또 인간사에서도 급격한 유물주의(唯物主義) 바람이 불어서 기본가치관이 엉망이 된 참상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사상의 바람, 종교의 바람이 현재의 무질서가 형성됐다. 그러나 바람은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만들어 세상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팔풍(八風)을 설명한다면 8의 숫자는 바람을 위주(爲主)로 하고 바람은 벌레(虫)를 위주로 하며 풍(風)의 대수(大數)가 8에서 끝나므로 벌레의 생명이 8일 만에 변한다는 것이다. 풍(風)자의 자형(字形)이 벌레虫(훼)로 구성된 이유이다.

삼족오를 풍신이 도와준다.
신화와 우리의 고대사로 들어가면 태양새, 불새, 즉 삼족오가 등장한다. 선인들은 태양 속에 산다는 삼족오로부터 불(火)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인들은 태양의 밝음, 불의 전달자 새, 방위신의 영을 받은 風神(風)과 뱀(虫) 이 넷 가운데 하나는 늘 따라붙는다. 바람은 이 불새의 이동을 돕는 풍신(風神)이다. 단군조선을 이어받은 부여를 삼족오의 <바람의 나라>라고 하는 데도 이런 이유이고, 삼부인 가운데 풍백(風伯)은 바람의 신을 부르는 것이다. 우리의 선인인 은나라 사람들도 풍신(風神)에게 제사를 올렸다.

물리학에서는 빛과 파동으로 우주가 생성됐다고 과학자들은 정의한다. 바람도 흐름이니 역시 파동이다. 약간의 상이한 설명은 있겠지만, 바람을 파동이라고 한다면 바람이 만상(萬象)을 생성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바람은 창조자이다. 학문, 사상, 종교도 사조(思潮)이니 새로운 질서, 새로운 가치관을 창조한다. 즉 새로운 바람(思潮)이니 새로운 가치, 새로운 질서가 새바람(新思潮)에 의하여 창조된다. 그리고 만물에서 파동이 감지된다고 하니 역시 바람이 만물에 내재한다고 강변할 수 있다.

나 자신은 만물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나 자신도 파동이다. 그렇다면 내가 새로운 가치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주체가 자신 이외에 어떤 존재가 아니고 나 자신이다. 가치와 변화와 창조의 주체가 나 자신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바람일까? 팔풍 중에 어떤 바람으로 존재할까? 나는 어느 방향의 바람일까? 바람의 조화로 이 땅에 태어난 나는 어떤 존재일까?

[참고] 바람의 종류
샛바람-동쪽
마파람 -남풍
하늬바람-서풍
된바람-북풍
샛바람-동풍(東風). '새'는 동(東)쪽.
하늬바람-서풍(西風). '하늬'는 서(西)쪽.
마파람-남풍(南風). '마'는 남(南)쪽. 남향집에서 마주보는 쪽이 '마, 맞'임.
높바람-북풍(北風). '높'은 북(北)쪽. 위쪽, 높은 쪽인 북쪽에서 부는 바람.
높새바람-북동풍
높하늬바람-서북풍.
마칼바람-북서풍.
뒷바람-북풍. 남향집의 뒤쪽에서 부는 바람.
덴바람-북풍.
댑바람-북쪽에서 거세게 부는 바람.
골짜기바람-낮에 골짜기로부터 산꼭대기를 향해서 부는 바람.
산바람-밤에 산꼭대기로부터 골짜기를 향해서 불어내리는 바람.
갈바람-가을에 서쪽에서 부는 바람.
가을바람-가을에 부는 바람.
맞바람, 맞은바람-양편에서 마주 불어오는 바람.
건들마-초가을에 남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선들바람-선들선들 약간 세게 부는 바람.
소슬바람-으스스하고 쓸쓸하게 부는 바람.
서늘바람-초가을에 부는 서늘한 바람.

서릿바람-서리 내린 아침의 쌀쌀한 바람.
겨울바람-겨울에 북쪽에서 부는 바람.
밤바람-밤에 불어오는 바람.
옆바람-옆에서 불어오는 바람.
비바람-비를 몰아오면서 부는 바람.
눈바람-눈과 함께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철바람-계절풍.
늦바람-저녁 늦게 부는 바람.
흙바람-흙먼지가 섞여 부는 바람.
손돌(孫乭)바람-음력 시월 스무날께 부는 몹시 차고 센 바람. 손석풍.
솔솔바람-약하게 솔솔 부는 바람.
소소리바람-이른 봄의 맵고 스산한 바람.
회오리바람-나선 모양으로 도는 바람.
회리바람-회오리바람.
돌개바람-회오리바람.
용오름-소용돌이치며 부는 바람.
칼바람-매섭게 부는 바람.
살바람-봄철에 부는 찬바람. 좁은 틈에서 새어 드는 찬바람.
골바람-산기슭이나 산골짜기에서 산 위로 부는 바람.
들바람-들에서 불어오는 바람.
벌바람-벌판에서 불어오는 바람.
물바람-물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
문바람-문이나 문틈으로 불어오는 바람.
강바람-비는 오지 않고 심하게 불어 대는 바람.
강바람-강에서 불어오는 바람.
뭍바람-뭍에서 불어오는 바람.
윗바람-물의 상류에서 불어오는 바람.
갯바람-바닷바람.
뱃바람-배를 타고 쐬는 바람.
헛바람-쓸데없이 부는 바람.
왜바람-일정한 방향이 없이 마구 부는 바람.
꽃바람-꽃이 필 무렵에 부는 봄바람.
색바람-이른 가을에 부는 신선한 바람.
솔바람-솔숲을 스치고 부는 바람.
재넘이-산에서 내리 부는 바람.
명지바람-부드럽고 화창한 ㅡ>명지?)
뒤울이-북풍.
훤풍(暄風)-따뜻하게 부는 바람.
훈풍(薰風)-초여름에 부는 따뜻한 바람.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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