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세리머니엔 온갖 정치적인 냄새가 묻어있는가? 골프대회에서 공을 넣어 우승했고, 축구에서 공을 차 넣어 자신이 바라던 아니던 성공적인 행위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표출되는 하나의 행위라 할 수 있다. 세리머니는 인간본질의 순수표출인데 그걸 바라보는 이들은 여러 가지 관념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하긴 의도된 세리머니도 있겠지만 자신이 바라던 것을 이룬 뒤에 표출되는 순수한 발로로 보면 될 것이다.

장하나(24, 비씨카드)는 9일 대만 타이베이의 미라마르 골프CC(파72, 6,425야드)에서 열린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푸본 대만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파 퍼트에 성공하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이 퍼트로 장하나는 앞서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추격한 펑샨샨(중국)을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이다. 그런 다음 두 주먹을 동그랗게 굴리는 동작을 오른쪽, 왼쪽 번갈아서 하더니 캐디와 포옹했다.

이 우승으로 장하나의 시즌 3번째이자 개인 통산 3번째 우승이다. 장하나는 지난 2월 코츠 챔피언십, 3월 HSBC 챔피언스에서 우승했을 때 화려한 세리머니로 눈길을 끌었다.

비 오는 날 펑샨샨의 거센 추격에도 선두를 지켜낸 상황이라 ‘매 홀에서 긴장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모든 홀에서 단순하게 쳤다. 그저 페어웨이와 그린을 향해서만 쳤다’고 밝혔다.

장하나는 이런 고충을 극복해내고 이겼을 때 드러내는 내면의 울림이었으나 결국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간 우승 때마다 눈길을 끌었던 장하나의 세리머니. 코츠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거뒀을 때는 일본의 사무라이를 연상케 하는 검객 세리머니를 했고, HSBC 챔피언스 우승 때는 팝 스타 비욘세의 춤을 따라 췄다.

문제는 HSBC 챔피언스 우승 때 '공항 가방 사건'이 불거지면서 세리머니를 둘러싼 맹비난을 받았다.

대회 개막 전에 전인지가 싱가포르 공항에서 장하나 아버지의 가방에 부딪혀 허리를 다쳐 기권한 상황에서 비욘세 춤을 춘 것은 과도했다는 지적이 쏟아져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 후라 장하나는 이날 우승의 기쁨을 눈물과 함께 '작은 동작'으로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내면을 드러냈다.

관객들은 우승이든 차순위든 관계없이 좀 더 다이내믹하고 변수를 보고 싶고 스토리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특히 정적인 성향이 높은 골프에서 그냥 그 단조로운 분위기만 따라가기 보다는 좀 더 다이나믹한 변화를 보고 싶어 한다. 마치 우주선 발사 중계에서 그냥 우주로 밋밋하게 날아가는 단조로움보다는 우주인의 발견이나 어떤 행성의 스침이라든가 새로운 변수를 바라듯이 말이다.

장하나는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눈물이 났고 열정적인 춤을 추고 싶었지만 작게 춤을 췄다’고 귀띔했다. 이는 ‘세리머니를 작게 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주위 사람들이 받았다. 그래서 우승 후 내가 춘 춤은 마치 좋아, 좋아!'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다음 ‘다음에 우승하면 좀 더 큰 세리머니를 해보이겠다’고도 말했다.

어쨌든 3라운드에서 버디만 10개 잡으며 10언더파 62타를 기록한 것이 장하나에겐 기록의 수확이며 62타는 장하나가 LPGA 투어 데뷔 이후 기록한 최저타수다.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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