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가을인갑다. 능소화가 코스모스에게 계절의 바통을 넘겨주고 떠날 채비를 한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한껏 피워보자 그리고 떠나야겠다. 하지만 시든 꽃잎으론 불가능하다.

기다림을 접기 시작한다. 바람을 더 잘 타는 코스모스가 길가에 피어서 하늘하늘 오가는 이들의 마른 정서에 양념을 친다. 그리고 가을꽃의 제왕 국화가 한창 몽우리를 맺고 있는 중이다.

입 다문 국화의 입술을 열기 위해서 호랑나비가 멀리서 날아왔다. 나비들이 날아와서 충동질을 한다. ‘꽃아! 입술을 열어라. 그리고서는 가을을 말하라. 단 구린내 나는 거짓말은 절대 안된다. 향기나는 참말만 하여라’하고 다그친다.

개화 준비를 끝냈을 때 국화는 비로소 입술을 연다. 몸을 연다. ‘아으⁓아으⁓’ 나비들이 또 수없이 꽃 징검질을 할 것이다. 나비는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며 꿀을 빨지만 결국은 이 꽃 저 꽃에 꽃가루를 전하는 매개체다.

그렇다. 나비는 그렇게 욕망을 억누를 수 없어 결국 하늘로 날아가지만 나비에겐 시드는 꽃의 흔적 같은 건 없다. 죽을 때 까지 일직선으로 날다가 뚝 떨어져 죽을 뿐 꽃잎처럼 하향 곡선을 그리거나 시든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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