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안마당에 3개의 컵을 묻어놓고 샌드그린을 만들었었던 김정로(전북 진안 다원농산 대표) 씨. 그는 집 뒤편에 산비탈을 헐어 사슴 농장을 운영하고 온 지 20여년이 흘렀다. 시간 날 때마다 인조티를 놓고 매일 개울 건너 앞산의 자작나무를 향해 공을 날렸다.

200m 거리에도 자작나무를 맞출 정도로 뛰어난 숙달이었다. 무려 5천여 개의 공을 쏟아 부었다는 그곳에 친 공을 걷을 때는 200여개씩 주워 온다. 그에겐 매일 아침에 찾아오는 다슴(다원농산 사슴)이가 있다. 항시 김정로 씨가 공을 치는 곁에서 지켜보거나 입으로 쿡쿡 찌르기도 했다.

지난 6월 생으로 4개월 남짓이다. 주로 사슴은 1배에 한 마리 새끼를 낳는데 이놈은 불행하게도 쌍둥이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다보니 먼저 태어 난 다슴이는 모르고 뒤에 태어난 놈만 냄새를 맡고 새끼로 인정하고 이 녀석을 축출해버린 것이다.

졸지에 엄마를 잃고 살기 위해 사슴 울타리 밖으로 밀려 나온 다슴이는 숲이 우거져 무성한 뒷산으로 들어가 자기 의사도 아닌 자연생활로 돌아간 셈이다. 하지만 무리생활의 습성으로 항시 울타리 밖이지만 주변에서 맴돌았고 어디서 무얼 하는지도 모른다.

밥을 먹기 위해서 아침이면 자기를 알뜰히 거둬준 김정로 씨를 아버지로 여기고 집안마당으로 찾아드는 것이다. 우유를 주고 사슴농장 옆에 부어준 사료도 함께 먹기 위해 나타났다가 먹고는 또 하루 종일 잠적해 버리는 것이다.

아침에 골프연습을 할라치면 이렇게 옆에 와서 주둥이로 김정로 씨 배를 쿡쿡 찌르거나 앞다리를 쳐들고 올라타는 것이다. 자연 속에 사는 다슴이가 다원농산의 재산목록 1호란다. 8년 전 수해가 날 때 문이 열려 사슴 열 몇 마리 나갔다가 돌아 왔으나 서너 마리는 여직 돌아오지 못했다.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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