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를 마치고 담소하고 있는 이순용(좌측)과 우드 경제조정관(오른쪽)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군자리(서울 성동구)에 골프장 건설을 위해 1953년 11월 11일 사단법인체를 발족했다. 창립총회는 그날 오후 3시 30분 중앙청 외자관리청장실에서 열렸으며 서울컨트리클럽(당시 명칭, 서울칸트리구락부) 준비 작업은 당시 외자청장이던 이순용 씨를 주축으로 진행됐다.

창립총회 발기인 총 대표로 나선 이순용 씨는 개회 인사에서 “골프는 심신을 단련하는 스포츠이면서 고급사교와 외교에도 큰 몫을 한다. 휴일이면 주한미군장교들이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골프를 즐기고 오는 것을 이승만대통령이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주권국가로서 골프장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골프를 잘 아는 당신(이순용)이 골프장 건설 책임을 맡아보라고 했다”며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상황은 6 25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아 도시 전체가 화약 냄새로 진동했고 산과 들, 농촌은 폐허상태였다. 국민들은 희망을 갖고 재건을 위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국가예산으로 골프장을 건설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적극 지원을 하되 민간사업으로 추진해야 했다. 이 같은 상황을 창립 발기인들에게 서울컨트리클럽이 단순 스포츠나 오락이 아닌 국익을 위한 국가적 사업임을 강조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군자리 코스에 서울컨트리클럽이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골프장 건설을 두고 국민들의 저항도 심했지만 무엇보다 이곳을 생활터전으로 경작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저항은 처절했다.

독립된 나라로서 골프장 하나 없다는 문화인으로서의 체면문제로도 달래보고 외교적 이점, 타 지역 개발의 어려움, 생계에 어려움이 없도록 많은 보상과 골프장 건설공사에 이곳 주민을 우선 고용한다는 조건으로 설득 끝에 골프장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다음 문제는 자금이었다. 기금 한 푼 없이 출범한 창립단체는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교청장이면서 이사장인 이순용 씨는 유명 인사를 찾아다니며 서울컨트리클럽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회원입회를 권유했다.

많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며 어느 정도 자금줄은 해결됐지만 공사가 한창인 군자리 현장에는 이렇다 할 장비가 없어 트랙터 등 공사에 필요한 장비를 미군의 도움을 받아가며 진행했다.

당시 미8군사령관 테일러장군은 한국에 골프장이 왜 필요하느냐며 헌병(MP)을 시켜 공사를 방해했다. 이때 이순용 이사장이 현장에 달려가 미군책임자를 불러 유창한 영어로 호통을 치며 며칠 몇 시까지 미군 콘세트를 철거하라고 다그친 일화는 골프계에서 지금도 회자(膾炙)되고 있다.

골프장 탄생과 함께 외국처럼 한국에도 프로골퍼의 양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순용 이사장은 아마골프 발전의 견인차 역할은 프로가 맡아야 한다고 역설하며 1958년 6월 12일 서울컨트리클럽 주관으로 군자리 코스에서 제1회 프로골프선수권대회가 열렸고 그해 9월 1일 제1회 한국오픈골프경기대회가 열렸다.

25일 스카이72(인천)에서 열리는 제59회 KPGA선수권대회와 다음달 8일 우정힐스(충남)에서 개최되는 제59회 한국오픈이 지난 1958년 대회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영원한 골프계의 대부 이순용, 그는 당시 불모지였던 한국골프계에 골프장을 탄생시키면서 한국골프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준 산증인이었다.

▲ 대통령배에서 입상한 김흥조 씨에게 트로피를 수여하는 이승만대통령과 이를 바라보는 이순용 이사장(중앙)

▲ 대통령배에서 입상한 허정구 씨에게 트로피를 건넨 후 격려하는 이승만대통령과 이를 바라보는 이순용 이사장(중앙)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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