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KPGA 챌린지투어 8회 대회 우승 후 기뻐하는 강상윤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말고는 골프에 푹 빠져 사는 남자, 당연한 거 아냐 골프선수인데... 그럴만한 까닭이 있는 남자다. 그의 이름은 강상윤, 올해 나이 26이다. 최근 KPGA 챌린지투어 8회 대회에서 우승했다.

강상윤은 촉망받는 탁구 유망주였다. 어머니의 권유로 6살 때 탁구를 시작 8살에 전국종별 남녀탁구선수권대회(초등부)에서 우승하며 일찌감치 ‘무서운 아이’로 이름을 알렸다.

서울 광장초등학교 탁구부에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 전국 대회에서 10번의 우승을 휩쓸며 존재를 알렸다. 사실 좋아서 시작한 탁구지만 비중은 크지 않았다. 단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에게 골프는 우연한 기회에 다가왔다. 탁구 스승이었던 김택수 감독(46, 미래에셋 대우 탁구단 토네이도)의 권유였다. 타고난 공간 지각 능력을 갖고 있고, 동체 시력과 손목의 유연성이 뛰어난 김 감독은 골프로의 전향을 추천했고, 강상윤은 아무 불만 없이 스승의 말을 불만 없이 따랐다.

그렇게 강상윤은 14살 때 골프를 처음 접했다. 당시 탁구에 대한 흥미도 사라졌고, 대회에서 우승해도 그다지 기쁘지도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김 감독의 골프 권유는 솔깃했다. ‘그래, 탁구보다는 재미있겠지? 그까짓 거 한 번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2007년 KPGA 프로(준회원), 2009년 KPGA 투어프로(정회원)에 통과했지만 탁구 선수로 활약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골프에 대한 열정과 목표의식 모두 잃었다. 심지어 골프를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한 후회마저 들었다.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고, 해병대 자원입대(2010년 4월)는 해방구였다.

“살아 움직이는 탁구공도 자유자재로 다뤘잖아요. 그것도 잘. 1초에 수백 번 회전하는 탁구공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것을 상대편의 원하는 지점으로 보내는 데 익숙했던 저로서는 죽어있는 골프공을 목표 지점으로 보내는 거야 식은 죽 먹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골프라는 스포츠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큰 실수였죠.“

강화도에 있는 최전방 포병 부대에서 근무하며 강한 근성과 끈기를 키웠던 강상윤은 전역(2012년 2월) 후 골프를 다시 도전하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투어 활동 재개를 목표로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스승인 김응진(36, KPGA 투어프로)과 함께 하루도 쉬지 않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체력 훈련을 감행했다. 몸무게는 2kg밖에 빠지지 않았지만, 체질량 지수가 22%에서 13%까지 떨어졌다. 지방이 빠진 자리는 근육이 자리를 잡았다.

260야드의 비거리에 대한 아쉬움도 채웠다. 비거리 향상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샷을 면밀히 분석했고, 부족했던 근력을 보완해 스윙에 힘을 더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최대 290야드까지 비거리가 늘었다.

▲ 2013년 KPGA 아카데미투어 3회 대회에서 우승한 강상윤

2013년 5월 16일, ‘2013 KPGA 아카데미투어 3회 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프로 데뷔 첫 승을 달성했다. 상금순위 6위를 기록하며 2014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지만 8개 대회 참가 1개 대회에서 컷 통과하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의 첫 데뷔 무대는 KPGA 코리안투어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이었다. 2007년부터 기다려온 순간이라 가슴이 벅차올랐고 이름만 듣던 실력 있는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대회 셋째 날부터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 강상윤은 볼이 코스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샷을 할 수 없었다. 첫 KPGA 코리안투어 데뷔를 앞두고 전지훈련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상황이라 그 같은 현실이 버거웠다. 집중력이 떨어진 강상윤은 경기 페이스를 잃고 그날 9오버파 81타를 치며 최종 공동 56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7개 KPGA 코리안투어에 출전했지만 모두 컷 통과에 실패했다.

2014년 내내 그랬다. 샷을 앞두고 볼이 페어웨이 밖으로 빠지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심지어 바이네르-파인리즈 오픈에서는 볼 앞에 서서 내가 뭘 해야 할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무슨 플레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딜레마에 빠졌다. 생각해보면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 때문에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겪었다. 너무 큰 욕심이 화를 자초했다. 최고의 기회를 잡았던 해였는데 최악의 한 해가 되고 말았다.

위기와 시련은 그를 고통 속으로 내몰았다. 2014년 KPGA 코리안투어 QT에서 공동 36위로 KPGA 코리안투어 무대를 밟았지만 본인 스스로 돈을 벌지 않으면 골프를 중단해야 할 만큼 집안 환경은 어려웠다. 투어 활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레슨)를 병행했지만 쉽지 않았다. 좋지 않은 경기성적과 경제적 압박감은 다시금 그를 나락(那落)으로 내몰았다.

“가족 모두 생계를 위해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투어 생활을 계속하는 건 부모님께 정말 죄송한 일이었지만 이대로 끝내기는 싫었어요. 골프로 무언가를 이뤄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운동에만 전념했습니다. 그전보다 좋아지기는 했으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니 부모님도 내색은 안 하셨지만, 저를 많이 미워했을 거예요. 부모님께는 매번 좋아지고 있다고 말만 했지 결과로 보여주는 게 없었으니까요.“

2016 KPGA 챌린지투어 8회 대회에서 우승하며 믿음에 보답한 강상윤은 우승 직후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어느 대회를 나가든 자신보다 체격, 파워 등 다양한 면에서 우위에 있는 선수들을 보면 지고 들어가는 느낌을 받아 스스로 위축됐던 적이 많았지만, 우승을 통해서 ‘나 역시도 그들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능력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올 시즌 QT 본선진출자(KPGA 코리안투어 대기자) 자격으로 KPGA 코리안투어와 KPGA 챌린지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강상윤은 8월에 열리는 ‘2016 KPGA 챌린지투어 9회 대회’와 ‘제59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에 참가한다.

강상윤은 챌린지투어 8회 대회 도중 왼쪽 손바닥이 3cm 정도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우승컵을 거머쥔 당일에도 야간 연습에 몰입했다.

아물지 않은 손바닥 상처는 영광이다. 강상윤은 우승 기쁨에 취할 새도 없이 새로운 도전을 향해 전진한다.

▲ 2016 KPGA 챌린지투어 8회 대회 우승한 강상윤

사진제공=KPGA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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